“美관세 충격, 병원 IT투자 급제동”…헬스케어 비용 급등 신호
미국이 수입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본격적인 관세를 적용하면서 헬스케어 IT 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의료 IT 인프라를 뒷받침하던 병원과 보건의료기관들은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 도입을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며, 이는 환자 비용 증가와 진료 서비스 접근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관세 이슈를 ‘의료 IT 투자 구조 변화의 분기점’으로 평가한다.
지난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글로벌바이오헬스산업동향’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조치로 인해 병의원은 의료기기, 의약품, 전자건강기록(EHR) 등 전방위 분야에서 약 15%의 운영비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블랙북 리서치가 병원 경영진과 공급망 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가 관세 도입 후 6개월 이내 운영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가 장비 및 디지털헬스 솔루션 도입을 당분간 연기 혹은 중단하겠다는 응답도 94%에 육박했다. 실제로 중국산 의료기기, 수술용 장갑, 산소포화도계처럼 필수 소모품에도 50%에 달하는 추가 관세가 부과돼 가격 인상이 실현되고 있다.

이번 미 관세 조치의 핵심은 공급망 단가 상승과 디지털 헬스케어 신기술 도입 지연에 있다. 전자건강기록(EHR), 환자 관리용 원격 모니터링 장비 등 디지털 헬스 IT 도입이 현장에서 늦춰지고 있으며, 마켓앤마켓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원격 모니터링,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규 투자도 상당수 재고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에는 디지털 헬스 전환이 병원의 운영 효율, 환자 안전, 진료 질을 혁신하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받았으나, 관세 여파로 투자귀착 현상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해진 셈이다.
글로벌 IT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IDC는 이번 관세 정책으로 올해 전 세계 IT 지출 성장률 전망치를 절반(10%→5%)으로 낮추며, 헬스케어 IT 부문에도 구조적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GE 헬스케어 역시 관세로 인해 올해 주당순이익이 0.85달러(한화 약 1185원)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경쟁 다국적 기업 사이에서도 미국 관세와 공급망 리스크 대응 전략이 사업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선 유예된 의약품 관세까지 적용될 경우 의료 전반의 IT 투자가 한층 더 위축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관세 충격이 의료 분야 전반의 비용 증가 및 IT 투자 감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으며, 분야별로 IT 예산 축소 폭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의료기기·IT 제품 뿐 아니라 원격진료 및 원격 모니터링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까지 관세 적용 범위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 디지털 헬스케어 수요의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EHR, 원격의료, AI진단 등 헬스케어 IT 인프라에 대한 사회 전체의 기반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관세가 단기적으로는 투자 속도를 늦추겠지만, 장기 성장 동력으로서의 의료 IT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관세 정책에 따른 디지털 헬스케어 실전 확산과 투자 기조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