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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만에 방통위 폐지”…국회, 방송미디어통신위 신설 확정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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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폐지를 둘러싸고 여야가 끝내 충돌했다. 국회가 9월 27일 본회의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하면서, 17년 만에 기존 방통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새로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한다. 해당 법안이 정부로 이송돼 국무회의를 거친 뒤 관보에 게재되면 즉시 시행되며,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은 자동 면직될 전망이다.

 

본회의에서 의결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기존 방통위의 기능 대부분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미디어 진흥 관련 업무를 신설 위원회가 승계하는 내용을 담는다. 방통위는 위원장 포함 5명으로 구성됐으나, 새 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과 비상임위원 4명 등 7명으로 확대 편성된다. 이 중 대통령이 위원장 및 1명을, 여당 교섭단체가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2명을, 야당이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3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는 구조다. 기존 사무직 공무원들은 그대로 신설 위원회로 소속이 전환되지만, 위원장 등 정무직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임기상 내년 8월까지 방통위원장으로 예정됐던 이진숙 위원장은 법 시행 즉시 자동 면직된다. 이 위원장은 “내가 나가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맞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들어와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는 방송을 할 것”이라며, “내가 내 사형장에 들어가서 내가 사형·숙청되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밝히는 등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28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 및 헌법소원, 가처분 신청 등 구체적 방향을 밝힐 예정임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검찰 추천 몫과 대통령 권한 비율을 두고 설립 과정에서부터 이견이 컸으나, 여야 합의 없이 표결로 통과되며 논란이 가열됐다. 여당은 그간 “방송 공정성 회복과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내세운 반면, 야당은 “정권 입맛에 맞는 기관장 앉히기를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각 진영의 충돌은 이 위원장 인사 배제 및 위원 구성 방식을 두고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법 시행으로 신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8월과 이달 각각 시행된 방송3법 하위규정 제·개정 등 후속 조치에 즉각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EBS법 개정안에 따라 관련 방송사 이사회를 3개월 내 새롭게 꾸려야 하는 까닭에, 위원회가 방송사 이사 추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학회 및 단체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전환되며, 위원장이 정무직 및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등 지위와 권한이 대폭 강화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과 위원장 인선이 방송계 인사 지형과 정책 방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향후 위원회 인선과 방송3법 후속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도 첨예한 대립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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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