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표심이 아프리카 정치 좌우”…김은경, 케냐 커피정책 변화 진단
아프리카 정치에서 농민과 농업의 영향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아프리카포럼 제98차 아침세미나에서 김은경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 부교수는 민주화 이후 아프리카 국가의 주요 정치 변수로 농촌과 농업 정책이 부상했음을 분석했다.
김은경 부교수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다당제 도입과 민주화 흐름 속에 다수인 농민과 농촌의 표심 확보를 위해 친농민 정책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도시화가 진행 중이지만, 농업 인구가 여전히 전체의 60∼70%를 차지하며 식량 생산의 70%를 소규모 자작농이 담당하는 등, 농업이 경제와 정치에서 큰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국내총생산에서 농업의 비중은 30∼40%(2023년 기준)로 파악된다. 1960∼1980년대 도시 엘리트 소비자 중심으로 정책이 쏠렸던 것과 달리, 1990년대 이후에는 농산물 생산자 가격 정상화, 가격 보조 등 농민 우대 정책이 강화됐다. 김 부교수는 “정치권력은 이제 종족 정치뿐 아니라 농업 및 산업계 이익의 지역·산업 기반 동맹을 필요로 한다”며 아프리카 정치 지형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김 부교수는 케냐의 커피산업 정책을 사례로 제시했다. 1960년대 초반 영국에서 독립한 케냐는 한동안 커피 산업을 적극 장려하지 않았으나, 2000년대 들어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과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잇따라 집권하면서 커피마케팅위원회 개혁, 농민가격 보장 등의 농업친화정책 도입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2022년 취임한 윌리엄 루토 현 대통령도 커피를 주로 생산하는 키쿠유족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농민 우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프리카 선거와 정당정치는 종족 정체성이 권력 분배의 중심으로 꼽혀 왔으나, 실제로는 산업별 경제 이해관계와 지역주의가 정책 연합의 토대를 이룬다고 김 부교수는 평가했다. 그는 “옥수수와 같은 식량작물 생산자는 보호무역과 물가안정, 커피·카카오 수출업자는 자유무역과 고정환율을 선호한다”며 “정부는 선거 국면마다 집단별 맞춤 지원정책을 내놓는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김 부교수는 “아프리카의 농업정책은 겉으로는 종족 정치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업 부문 이해관계가 전략적으로 결합된 연합”이라고 밝히며, “정책결정 과정에선 경제적 필요와 종족·지역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부교수는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발효 이후 무역 정책의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며, “정치 상황과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업 보호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세미나에는 국회아프리카포럼 이헌승 회장, 김건 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맹성규·김주영·박상혁 의원, 국민의힘 조배숙·김정재·정희용·임종득·조승환 의원, 김영채 한·아프리카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치권은 아프리카 농업정책이 종족과 산업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변모하고 있다는 진단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는 향후 아프리카와의 경제외교 정책을 연계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