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벗고 직접 정리”…디오픈, 벙커 인력 폐지→캐디 손에 맡겨진 변화
고요한 새벽, 바람에 실려온 전통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 벙커를 지키던 익명의 손길이 사라진 디오픈 현장에는, 선수와 캐디가 직접 모래를 다듬는 풍경이 자리 잡았다. 골프 팬들 사이에는 익숙했던 장면의 변화에 아쉬움과 새로운 기대가 교차했다.
2025년 디오픈 골프 대회가 올해부터 벙커 정리 전담 인력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대회장에 배치되던 전담 인력 없이, 이제 각조의 캐디와 선수가 샷 이후 직접 벙커를 정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전통이었기에, 현장에서는 다소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디오픈은 타 대회와 차별화된 운영으로 유명했다. 특히 모든 벙커마다 인력이 대기해, 선수의 샷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모래를 고르는 모습이 명물로 남았었다. 반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나 메이저 대회들은 캐디가 직접 벙커 정리를 도맡아왔으며, 이번 변경은 결국 세계 표준에 맞추는 결정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방침에 대해 주최 측은 자연 경관 보존을 강조했다. R&A의 마크 다본 최고경영자는 대회 개막 기자회견에서 “변화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지만, 이번 방식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특히 링크스 코스에 배치된 고무래와 인력이 자연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배경이 공식적으로 제시됐다.
선수와 캐디의 반응도 엇갈렸다. 빌리 호셜은 SNS를 통해 “오래된 풍경이 사라져 아쉽다”며 변화에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나 “실전에서도 이미 캐디가 벙커를 자주 정리해왔으니,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지 매체 골프위크 역시 “경기 운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기 속도 지연에 대한 우려는 계속된다. 다본 CEO는 명확한 대책을 밝히지 않았으나 “여러 요인이 있다”는 말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여전히 디오픈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번 변화는 익숙함과 혁신 사이의 고민을 남긴다.
골프 팬들의 시선은 개막에 맞춰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풍경 속에서 펼쳐질 선수와 캐디의 협력, 그리고 전통을 넘어선 도전이 어떤 울림을 전할지 더욱 주목된다. 2025년 디오픈은 7월 17일 오후, 영국 링크스 코스에서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