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도 한여름, 동해와 예술 사이”…강릉의 여름 여행이 주는 청량한 위로
여름이면 강릉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다. 모래알이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해변도, 바다와 위요된 미술관도 이젠 누군가의 ‘일상 속 힐링’이 됐다. 함성 가득했던 여행보다, 이제는 잠시 멈춰 바람을 느끼는 여행이 더 소중해진다.
8월의 강릉엔 34도 너머의 무더위가 내리쬔다. 구름끼고 습한 날씨지만, 동해 바다의 파랑은 묘하게 사람을 들뜨게 한다. 요즘 젊은 여행자들은 해변뿐 아니라 예술과 교감도 빼놓지 않는다. 하슬라아트월드는 바다를 품은 조각공원과 현대 미술 전시관, 그리고 동심을 자극하는 피노키오 박물관까지 갖추고 있다. 아쿠아블루를 배경 삼아 카페에 앉아 있으면, 무더위도 잠시 잊힌다. 오션스퀘어나 독특한 장레스토랑에서 주는 여유마저 한 장면의 영화 같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역 관광 안내소엔 “주말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SNS에는 #강릉여행, #하슬라아트월드 같은 해시태그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대관령아기동물농장에서 알파카를 만지거나, 월화거리에서 이색 간식을 즐기는 인증샷도 이제 흔한 풍경이다.
역사와 예술을 함께 품은 공간도 있다. 중종 때 건립된 오죽헌은 검은 대나무 아래에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숨결을 느끼는 장소다. 보물 제165호 오죽헌은 고목과 기와지붕이 어우러져, 고즈넉하지만 단단한 강릉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건축사적 가치뿐 아니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란 방문객 평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름 여행의 본질이 “바쁜 일상에서 한 박자 쉬어가려는 마음”에 있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기자가 월화거리 산책로를 걸으며 들은 가장 많은 한마디는 “이렇게 바람이 좋을 줄 몰랐다”였다. 잦은 여행이 아니라, 한 번의 깊은 체험이 주는 여운 때문이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예전엔 바다만 보고 돌아갔는데, 이제는 아트월드 같은 공간도 꼭 들른다”, “아이랑 동물농장 다녀온 뒤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계절마다 다른 강릉의 모습이, 이제 개인의 잔상으로 오래 남는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강릉의 여름은 우리 삶의 방향을 잠시 바꾸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 여행지의 의미는 바뀌지만, 그곳에서 찾은 리듬만은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