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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에 마지막 경고…이스라엘 공습 멈출 수 없다”→나토에 ‘GDP 5% 국방비’ 압박, 국제 지정학 흔드나
국제

“트럼프, 이란에 마지막 경고…이스라엘 공습 멈출 수 없다”→나토에 ‘GDP 5% 국방비’ 압박, 국제 지정학 흔드나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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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주 배드민스터의 흐리게 드리운 구름 아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냉철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이란의 운명을 가를 최후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강조하며, 중동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에 기름을 붓는 새로운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2주의 시간을 주겠다”며, 핵 개발 포기 결단을 최종적으로 촉구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공습 중단 요구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와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미국·이란 간 지난한 핵 긴장 고리와, 이스라엘-이란의 피로 얼룩진 대치가 고스란히 놓여 있다. 한 치 앞을 예단할 수 없는 중동의 정세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전통의 동맹 이스라엘에 힘을 더 실어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이란에 부여된 2주는, 단순한 외교적 담판의 시간이 아니라, 무력 충돌 가능성이 예고된 첨예한 시한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이 핵심 군사시설을 잇달아 타격하는 가운데,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략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실정이 현실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국영방송 IRIB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 뼈대만 남은 채 파손돼 있다. 이스라엘이 공군력만으로 이란에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2025.06.21. / 뉴시스
1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 위치한 국영방송 IRIB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 뼈대만 남은 채 파손돼 있다. 이스라엘이 공군력만으로 이란에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2025.06.21. /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평가와 달리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인식을 고수했다. 동시에, 과거 이라크 전쟁의 그림자를 환기시키며 미국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은 분명하게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이란 지하 핵시설 타격에 열려 있음을 시사해, 국제사회의 긴장 수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은 군사·핵시설뿐 아니라 정유소·경찰 등 주요 인프라까지 확장되고 있으나,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의 분석처럼, 공군력만으로 이란을 완전히 제압하기란 난망한 길이다. 한편, 이란은 정권 보존과 우라늄 농축 역량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피력했으며, 오히려 정권 내부가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로써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을 향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나토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편성하라는, 상징적 경계선을 제시하며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동맹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는 이미 2% 목표치조차 달성하지 못해온 유럽 각국에겐 큰 파장을 안기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만은 ‘오랜 기간 나토를 지지하고 거의 모든 비용을 담당했다’고 항변하며, 나토 내 분담금 논쟁을 다시 촉발시킨 셈이 된다.

 

이란-이스라엘 갈등과 동시에 서방군사동맹의 균열, 중동을 둘러싼 러시아·중국의 움직임, 그리고 미국 대선 정국이라는 격랑들이 교묘히 얽혀 있는 지금, 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외교적 균형을 요하는 시간의 느린 흐름을 바라보고 있다. 유럽 각국 역시 국방예산 증액 압박에 노출되었고, 그 여진은 한반도를 포함한 글로벌 외교 지형에도 투명하게 스며 든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이스라엘-아랍 국교 정상화 ‘아브라함 협정’ 등 자신의 외교적 기여가 과소평가됐다고 거듭 언급하며 노벨평화상을 향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그의 메시지에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고, 향후 몇 주간의 선택이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지켜보고 있다.

 

중동의 차가운 밤하늘 아래, 정치와 국경, 그리고 삶의 의미를 묻는 거대한 서사가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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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이스라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