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고즈넉한 산길 걷고 짜릿한 루지 질주”…가을비 속 경기 광주의 색다른 하루

최유진 기자
입력

요즘 경기 광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조용한 근교 도시로만 여겨졌지만, 지금은 누구나 일상과 여행의 경계에서 작고 특별한 쉼을 찾아가는 공간이 됐다.

 

10월 중순, 서늘한 바람과 흐린 하늘. 가을비 예보가 있는 날에도 광주를 찾는 사람들은 줄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고요한 산책을 꿈꾸는 이와, 빗속에서도 짜릿한 액티비티를 즐기는 이가 운치를 더한다. 도척면 화담숲의 단풍은 이미 가을의 절정에 올랐다. 산책로를 따라 붉고 노랗게 물든 숲길을 걷는 시간, 곳곳에 번지는 물소리가 온몸을 감싸며 누구든 잊고 있던 온기를 깨운다. SNS에는 화담숲의 단풍과 고요한 숲을 담은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온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기도 광주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경기도 광주

이런 변화는 주변 시설의 다양화에서도 느껴진다. 곤지암루지360에선 서늘한 바람을 가르며 360도 회전 트랙을 달려 내려오는 즐거움에 나이를 잊는다. 번잡하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 단위 방문이 늘었고, ‘운전은 못해도 루지는 할 수 있다’는 후기들이 눈길을 끈다.

 

숫자에서도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지역 관광지 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광주 내 주요 명소의 가을철 방문율이 수도권 내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단풍 명소’ ‘역사 산책로’ ‘루지 체험’이 모두 가능한 도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휴식이 필요한 이들에게 남한산성의 성곽길은 특별하다. 조선 시대 흔적 위를 고요히 걷고 나면, 쓸쓸함과 위안이 동시에 찾아온다. “급하지 않게 걷는 산길에서 옛사람들의 시간을 상상했다”고 체험자들은 고백한다. 숲 해설사들은 “걷기 좋은 산길과 역사적인 공간, 그리고 가을의 빛이 만나는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내면의 균형 찾기가 광주 여행의 본질”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올 때 더 운치있다”, “주변이 조용해서 가족 나들이로 제격”, “날씨 걱정할 필요 없이 다양한 즐거움을 발견한다” 등 체감 후기가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날씨 탓’ 대신 ‘날씨 덕’을 말하는 이들도 있다.

 

단풍과 비, 고즈넉한 산성, 짜릿한 루지와 숲길 산책까지—광주는 한 가지 표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안에 담긴 다양함 덕분에 사람들은 또다시 이 도시에 기대어 본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유진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경기광주#화담숲#곤지암루지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