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시밀러 4개 미국 FDA 허가”…글로벌 시장 주도권에 가깝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술 경쟁이 세계 시장 판도를 재편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현황에서 한국 기업이 승인 횟수 1위에 오르며 시장 경쟁 구도가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올해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주도권 교체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FDA는 9월 말까지 총 12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신규 허가했다. 이 중 한국 기업이 4건을 획득하며 국가별 최다 기록을 세웠고, 이어 인도 3건, 중국 2건, 프랑스·독일·영국이 각 1건씩이었다. 셀트리온이 3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개의 제품으로 대표되는 한국 기업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바이오시밀러는 항체 단백질 의약품 등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된 뒤 개발하는 대체 의약품으로, 복제 과정에서 고도의 세포배양 및 정제 기술이 요구된다. FDA 허가를 받으려면 동등성, 안전성, 유효성 등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그만큼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설비와 경험을 갖춘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강점으로 분석된다. 올해 발표된 12개 가운데 4건이 한국에 집중된 것은 약물 분석과 임상시험 실행 능력, 허가용 데이터 관리 등에서도 글로벌 수준을 입증한 결과로 평가된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휴미라(아달리무맙),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등 미국 내 매출 상위 바이오의약품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FDA 허가 기준 2015년 이후 19개 참조 의약품에서 총 75종 바이오시밀러가 승인됐으며, 미국산 제품 26건, 그 뒤를 한국(18건), 인도(9건), 스위스·독일(각 7건), 중국(3건) 등 순이다. 특히 올해 미국 내 신규 바이오시밀러 허가에서 미국 기업이 한 건도 없는 점, 인도와 중국 기업의 신규 허가가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글로벌 관점에서는 유럽 시장을 선점해 온 독일, 스위스계 기업과 달리, 최근 인도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 중국 상하이 헨리우스 바이오텍 등 신흥 기업들이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며 합산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기업은 지난해 첫 FDA 허가를 받은 이후 기술 투자 및 신청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따라 FDA의 정밀 심사와 함께 한국 식약처, 유럽의약품청(EMEA), 캐나다 보건부 등 글로벌 규제기관의 품질·임상 자료 상호 인정 확대도 산업 성장의 발판으로 작용한다. 각국 인증과 GMP 허가 취득이 상시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진입이 제한되는 만큼, 한국 기업의 선제적 데이터 관리와 규제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시밀러의 대량 생산과 글로벌 허가를 동시에 달성한 기업의 경쟁력이 가격 경쟁력, 신속한 시장 공급 속도, 품질 신뢰 확보 등 산업 전체의 방정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향후 미국 내 추가 특허 만료 대형 바이오의약품을 겨냥한 한국, 인도, 중국 기업의 신규 진입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 재편의 변곡점이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산업계는 이번 FDA 승인 현황이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적 우위와 글로벌 규제 관리 능력 간 균형이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