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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의 기분 좋은 온기”…도심에서 느끼는 가을 산책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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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의 기분 좋은 온기”…도심에서 느끼는 가을 산책의 여유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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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바쁜 일상 한복판에서도 잠깐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전엔 먼 곳에서만 찾을 수 있을 것 같던 여유가, 이제는 도심, 바로 내 곁에서도 자연스레 스며든다.  

 

관악구에선 오늘도 온화한 바람과 계절빛이 사람들을 산책길로 이끈다. 22.3도의 기온과 44%의 습도, 부드러운 북동풍이 만들어내는 이 기분 좋은 가을 날씨는 그 자체로 산책의 이유가 되곤 한다. 샤로수길은 젊음과 미식, 그리고 개성 넘치는 상점들로 채워진 거리다. 이곳을 걷다 보면 한 골목, 한 상점마다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카페의 창 너머로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이 내어지고, 곳곳에서는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는 아지트도 만날 수 있다. 누군가는 “일상을 벗어나지 않아도 충분한 여행 같다”고 표현했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서울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서울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이후 도심형 짧은 여행, 이른바 ‘도심 산책’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통계청의 생활인 구역 조사 자료에서도 서울 관악구, 마포구처럼 도심 속 자연을 품은 지역의 유동 인구가 계절마다 꾸준히 느는 추세다.  

 

현장을 즐기는 전문가들은 “걷기 좋은 도시는 곧 머물고 싶은 도시”라고 말한다. 전인혜 도시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골목, 공원, 역사 유적이 적당히 섞인 동네일수록 지역민뿐 아니라 외부 방문객도 다시 찾게 된다”고 느꼈다. 그런 이유로 관악구의 샤로수길이나 낙성대 같은 곳이 ‘작은 쉼표’가 된다고 풀이한다.  

 

시민들 반응도 따뜻하다. “낙성대 공원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쩐지 과거와 지금이 맞닿는 기분이 들어요”라는 봉천동 주민의 인터뷰, “관음사 산책로에서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먼저 느끼게 된다”는 소셜미디어 인증 사진 등, 이곳을 찾는 이유는 각자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  

 

역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일상에 섞인다. 강감찬 장군의 이름을 딴 낙성대엔 삼층석탑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해마다 가을마다 열리는 인헌제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관음사에는 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사색을 권하는 평화로운 풍경이 이어진다.  

 

사소한 동네 산책이지만, 관악구처럼 일상과 자연, 역사가 만나는 공간을 걷는 일은 무엇보다 나를 채우는 경험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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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샤로수길#낙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