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상계엄, 누가 봐도 명백한 위법”…천대엽 처장, 12·3 연루설 정면 반박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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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를 둘러싼 정치적 충돌이 다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법원 고위간부들의 회의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명백한 위법"이라고 단호히 밝혔다. 대법원 고위 인사의 심야 긴급회의 배경과 서울중앙지법 내 '수원브라더스' 영장전담 판사 논란까지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법부와 정치권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다.

 

30일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12월 4일 대법원장 지시로 비상계엄 심야 간부회의가 열렸다"며 “계엄이 위헌이라고 소리 질러야 할 대법원장이 되레 회의 소집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간부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부응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들의 시각마저 중첩됐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서 의원 지적에 대해 "아닌 밤에 홍두깨식 비상계엄으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다급히 비공식적으로 모였다"며, "당시 대법원 실·차장들이 갑작스러운 계엄 사태로 당황해 전화로 논의하다 직접 모여 상황 공유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법원장에게도 긴급 통보, 밤 12시 40분 행정처 등청이라는 시간적 경위까지 구체적으로 밝혔다. 모인 판사 대다수의 의견은 계엄포고령에서 국회 기능을 정지시킨 건 누구나 봐도 명백한 법 위반, 정상적 사법 기능 중단 주장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천 처장은 이어 "또한 국가비상사태가 경찰이 아닌 군 병력 투입만으로만 해소가능하다고 본 판단도 사법부로서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1983년 대학 입학 당시 군사정권 하에서의 경험까지 언급하며 "계엄조치의 위헌성에 대한 인식은 너무나 자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심야 회의 현장에서도 "법전을 직접 펼치고 논의한 지 10분 만인 1시 1분께 해제 결의가 이뤄질 정도로 신속하게 위헌성을 판단했다"고 밝히며, "도착하자마자 이미 해제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이 국감 답변 중 천 처장이 "계엄이 합법이면 따를 조치도 있다"고 언급했던 점을 거론하자, 천 처장은 "짧은 시간 포괄적 답변을 드린 것일 뿐, 중대한 사법부 입장에서의 정상적 대응이라는 의미였다"고 거듭 해명했다.

 

사법부 내부 영장전담 '수원브라더스'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3인방이 모두 전임지가 수원지법이었다는 점을 들어, 최근 특검의 구속영장 일부 기각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조병구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은 "수원지법은 판사 150명 넘고, 보통 서울 오기 전 수원 근무 경험이 많다"며, 실제 윤 전 대통령 관련 사건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사건의 무작위 배당 및 관련사건 배정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김용현 사건이 무작위로 형사25부에 배당됐고, 윤 전 대통령 사건은 그 관련사건으로 같은 재판부에 묶여 배당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현행 재판 예규 5조에 따라 지정 배당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는 무작위 배당도 상당수 이뤄지고 있다는 게 법원 행정처의 설명이다.

 

정치권 간 법조비리 의혹을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판사 시절 광주지역 승소 청탁 및 보석 청탁 사건에 연루된 점을 지적하며 "장 대표가 퇴임 전날 보석을 허가한 전형적 법조 비리사례"라고 공격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은 "공식 수사 및 재판에서 관련성 없음이 이미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오동운 처장 역시 "문제의 핵심은 변호사 측이고, 수사대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법사위 종합감사는 비상계엄 해석과 법관 배당, 법조 비리 의혹까지 겹치면서 사법신뢰 이슈의 중심이 됐다.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진 가운데, 법원은 계엄 및 관련 재판의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했다. 국회와 사법부는 향후 관련 질의와 후속 논의에서 입장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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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비상계엄#법원행정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