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군대 재건”…안규백,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 취임에 국방개혁 시동
정치적 개혁의 압력이 군 지휘부와 행정부를 강타하고 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군 장성이 아닌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의 임명이 현실이 됐다. 안규백 제51대 국방부 장관이 25일 소집된 취임식 현장에서 “국민의 군대”로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면서, 군개혁과 한미동맹 재정립 등 굵직한 과제를 앞에 둔 국방부가 정치권과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와 군심 재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며, 국방정책의 방향 전환 여부가 다시 정국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 안규백 장관은 취임식 발언에서 “오늘을 기점으로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데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라, 제복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며, 상처 입은 군심을 추스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방부도 비상계엄 시기에 위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 국민을 지킨 장병 포상을 검토하는 등, 사기 진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실시될 고위 장성 인사에서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상당수가 교체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년가량 자리를 지켜온 군 지휘부가 대폭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규백 장관 역시 “도려낼 부분은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며 신상필벌 원칙을 재차 천명한 바 있다.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군방첩사령부와 국군정보사령부 개혁 방향도 구체화됐다. 안 장관은 인사청문회와 의원 질의 답변에서 방첩사 기능을 두고 “존치, 기능 조정, 완전 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방첩사의 수사 기능은 조사본부, 보안은 정보본부로 이관하는 조직 축소안 역시 검토되고 있다. 정보사령부에 대해서도 최우선 과제로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계엄에 동원된 방첩사, 정보사는 본연의 임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탰다.
군 교육기관의 단계적 통합 구상도 본격 거론되고 있다. 안규백 장관은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를 위해, 우선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 통합을 시작으로 해·공군사관학교의 통합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기간 ‘군 교육기관 통합’을 공약한 바 있어, 정권 차원의 변화도 예측된다.
한미동맹 과제 역시 만만치 않다. 안규백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질의에 “임기 내 전환 목표는 개인 견해”라는 취지로 발언을 조정했으나, 전작권 전환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의사는 거듭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에 관해 군사적 능력, 동맹의 북한핵·미사일 대응력, 한반도 안보환경 등 3가지 기준을 언급하며, 단기간 내 완비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과의 협상 과제도 동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지속적인 한미 간 쟁점이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국방비는 2.32%에 머물고 있다. 안규백 장관은 답변 자료에서 “국방비 증액은 정부 재정 등 국내 환경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미국 측 요구에 자주적 입장을 내비쳤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에 대해서도 “발효 중인 협정은 재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기본 입장”이라며, 방어적 태도를 분명히 했다.
이번 취임을 계기로 국방부는 계엄 사태의 대책, 군 조직 개편, 한미동맹 재조정 등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했다. 정치권과 각계에서는 장성 교체 및 개혁 움직임이 향후 군사·외교 정세에 미칠 영향과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방부는 향후 군 수뇌부 인사와 방첩사·정보사 조직 개편, 한미동맹 실무 협의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