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대 비문 복원한다”…딥마인드, 인문학 해석력 높여 산업적 파장
AI 기반 고대 문헌 복원기술이 인문학 연구와 IT 산업 모두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와 영국·그리스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아이네이아스(Aeneas)’가 수천 년 전에 닳아 사라진 고대 라틴어 비문의 내용을 복원하고, 그 작성 연대와 출처까지 예측하는 성과를 공개했다. 인문학에서 전통적으로 시간과 전문성이 중시된 해석과 복원 과정에 AI가 투입되면서, 학술계와 산업계 모두에서 데이터 기반 인문 해석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공개된 아이네이아스는 17만6861건의 고대 라틴어 비문을 토대로 학습됐다. 기원전 7세기부터 서기 8세기까지 약 1500년간 축적된 비문 데이터와 약 5%의 실물 이미지 자료까지 포함된다. 세 개의 독립적 신경망(딥러닝 기반 인공신경망)이 텍스트 누락 부위 복원, 비문 지리적 출처 추정, 작성 시기 예측을 각각 전담한다. 기존 전문가들은 복원이 필요한 비문을 수십~수백 건에 달하는 유사 사례와 대조하고 분석하는 데 수개월을 소요했으나,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탐색해 유사 비문 추천·예측을 단숨에 제공한다. 실제로 전문가 단독 문제풀이 시 평균 31년이던 작성 시기 오차가 아이네이아스 활용 시 13년 이하로 줄었고, AI 보조 활용 전문가도 14년까지 정확도가 높아졌다.

특히 아이네이아스는 고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업적록’에 대한 내용 해석에서도 기존 인문학자의 입증과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별도의 정보 입력 없이도 특정 지역 제단의 비문 연관성을 찾아냈으며, 증거 기반 자동 추천 기능으로 전문가의 데이터·연대 추정 부담도 크게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개별 연구자가 감당하기엔 비문 데이터가 너무 방대하다”며, 아이네이아스가 연구 시간과 난도를 현저히 낮춰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학습 데이터의 제한 탓에, 아이네이아스가 매우 희귀하거나 특이성이 큰 비문·시대에 대해서는 취약할 여지도 제기된다.
글로벌 측면에서는 AI 인문 해석력이 확장되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유럽 학계에서는 유물 복원, 사료 해석 자동화 등 산업적 응용 사례가 시도 중이다. 국내외 보존기관과 사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현장 등에서도 활용도가 검토되고 있다.
AI 활용 확산에 따라 저작권, 데이터 공개 범위, 문화재 정보 보호 등 새로운 규제·윤리 기준 수립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이나 각국 문화재 당국 역시 대규모 AI 기반 사료 해석과 관련한 제도적 가이드를 마련 중이다.
전문가들은 “AI의 인문학적 활용이 늘면, 데이터 해석·해설의 논리성·객관성에 대한 산업적 기준도 강화될 것”이라며 “대용량 학습과 인간 전문가의 협력이 고고학·기록문화 산업 전반의 일대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