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바이오시밀러 간소화”…FDA, 신속 승인 추진에 업계 촉각

정하린 기자
입력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9일(현지 시간) 바이오시밀러 승인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새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며,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기존의 ‘비교 임상 효능시험(CES)’은 1~3년 소요와 2400만 달러(약 342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타 분석평가법 대비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명확히 지적됐다. 이에 FDA는 CES를 생략하고, ‘비교 분석 평가(CAA)’ 중심의 간소화된 절차로의 전환을 천명했다.  

비교 분석 평가는 약물의 구조, 기능, 품질 등 첨단 분석기술로 유사성을 입증하는 과정을 뜻한다. 기존에는 임상에서 실제 환자에게 효능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하는 비교 임상시험이 필수였으나, 새 지침에선 주로 실험실·비임상 데이터에 기초해 승인 심사를 진행하도록 한 것이 차별점이다. FDA는 불필요한 임상시험 및 추가 상호교환성(환자 교체 사용 가능성) 연구 역시 일반적 권장 사항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변화로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간과 비용이 크게 줄 전망이다.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승인 건수 76건, 시장 점유율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저가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은 3만개를 돌파했다. 특히 고가 생물학적 제제는 전체 처방약 중 5%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미국 의약품 지출의 51%를 차지할 만큼 부담이 크다. FDA는 “특허 만료 예정 생물학적 제제 중 단 10%만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단계”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의약 시장에서 미국은 바이오시밀러 유통량과 가격 형성 모두에서 주요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유럽은 이미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미국의 기준 완화는 전 세계 약가 및 진입장벽 문제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새 지침 도입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지속된 약가 인하 정책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개혁안이 오랜 승인 절차로 인한 비용 장벽을 허물고, 환자 선택권을 크게 넓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도 “상호교환성 확대와 개발 절차 간소화로 희귀·자가면역 질환, 암 등 치료 접근성이 한층 제고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임상시험 중심의 규제 패러다임이 실험실 기반 분석법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한국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도 미국 내 개발 전략을 전면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실제 시장 혁신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환자 실효성과 윤리적 안전성 논란이 어떻게 제도화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하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fda#바이오시밀러#승인절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