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볼 아래 둥글게”…야시장에서 부는 레트로 바람, 세대가 어우러지는 밤
요즘 밤이 되면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장을 보러 들리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음악과 빛, 먹거리 가득한 레트로 축제의 놀이터로 바뀌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오래된 기억과 새로운 감각이 섞여 또 다른 서울의 밤이 열린다.
서울 강북구의 백년시장이 저녁이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펼친다. 지난 26일부터 백년시장 일대에선 ‘백년시장 백년나이트 축제’가 열려 골목마다 네온사인과 미러볼, 푸드트럭이 손님을 불러 모았다. 메인 무대 옆, DJ 부스에선 1980~90년대 음악이 흐르고, 거리 곳곳에선 아티스트들의 버스킹과 댄스, 마술 공연이 이어진다. SNS엔 옛날교복을 입고 포토존에서 남긴 인증샷과 먹거리 후기가 연달아 올라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통시장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역 야시장과 테마형 축제에 방문하는 2030 세대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푸드트럭에서 가볍게 먹거리 한 입, 타로카드 체험이나 페이스페인팅 부스의 줄도 젊은층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 역시 무대존 이벤트나 코인찾기와 같은 게임에 자녀와 함께 뛰어든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오랜 시장이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세대가 어울리는 동네의 밤 문화로 자리를 잡아간다”고 느꼈다. 한 방문자는 “여긴 마치 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섞이는 곳 같다. 아이에겐 새롭고, 어른에겐 추억이 되니 가족 모두가 즐겁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도 “밤이 되니 예전보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찾아와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야시장은 처음이라 신기해요”, “부모님이랑 같이 추억여행 중입니다”, “시장 안에 이런 포토존이라니 반전 매력” 같은 감상들이 이어진다. “불빛과 음악에 마음이 몽글해진다”며, 평소 장보던 시장이 이토록 설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축제 기간 동안 백년시장은 단지 전통시장 그 자체가 아니라, 옛 감성과 현대적 재미가 겹겹이 스며드는 공동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세대를 잇는 장이자, 그곳만의 야경과 소리, 냄새가 남는 하나의 기억.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