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패 늪에 무너진 우승팀”…KIA, 부상 악몽→8위 추락 현실
7월 뜨거운 가을야구 경쟁 속 광주 챔피언스필드가 어느 때보다 침묵에 잠겼다. 지난해 통합 우승의 환희를 누리던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 1승 1무 11패라는 기록은 믿기 힘든 충격이었다. 벤치는 긴장 속에 굳어 있었고, 그라운드 위 선수들은 연이은 부상과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신음했다.
KIA 타이거즈는 2025시즌 KBO리그 개막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주전 이탈 악재가 이어졌다. 3월 개막전에 나선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고, 이어 박찬호, 김선빈 등 내야진이 연이어 다쳤다. 4월엔 불펜 에이스 곽도규가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으며, 외야수 나성범도 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5월에는 선발 황동하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예상치 못한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그럼에도 KIA는 5월부터 7월 초까지 27승 3무 14패, 승률 0.659로 선전하며 대체자원의 깜짝 활약으로 기대를 이어갔다. 백업 오선우, 김호령, 한준수, 윤도현 등이 중심을 잡으며 한때 팀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7월 이후 팀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외국인 투수 애덤 올러의 부진과 마무리 정해영의 평균자책점 급등, 타선의 득점권 침묵이 겹쳤다. 특히 8월 득점권 타율 0.231, 리그 최다인 9회의 역전패 등 주요 지표가 극도로 악화됐다. 이에 따라 KIA는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8위까지 내려앉았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마다 벤치 분위기를 강하게 휘어잡았다. 한화전에서 실책이 반복되자 김선빈, 한준수 등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였으나, 선수단은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8월 말, kt wiz의 승리로 KIA의 포스트시즌 꿈도 무너졌다.
우승팀의 이 같은 추락은 KBO리그에서 극히 드물다. 작년 한국시리즈 제패팀이 올 시즌 8위권까지 내려앉은 것은 1996년 두산(당시 OB베어스) 이후 처음이다. 올해 KIA의 성적은 선수 관리와 재활 체계, 캠프 준비 부족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김도영은 한 시즌에만 세 차례 같은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 아웃됐다. 한 전문가는 “재활 매뉴얼 미흡과 복귀를 서두른 점이 부상 악화를 불렀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위즈덤은 홈런 33개로 인상적인 수치를 남겼으나, 타율 0.234로 규정 타석 41위에 머물렀다. 시즌 종료 후 박찬호, 조상우, 이준영 등 주전의 잔류도 불투명하며, 내년 신인드래프트 지명권까지 일부 내준 상황이다. 곽도규, 윤영철 등 핵심 자원도 내년 개막전 복귀가 불확실하다.
현장의 공기는 경기력 저하만큼이나 무거웠다. 홈 관중 수가 100만 명대로 하락해,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팬들의 마음 역시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전력 보강과 훈련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통합 우승 1년 만에 위기를 맞은 KIA 타이거즈가 다음 시즌 어떤 변화와 혁신을 선보일지, 팬들의 시선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