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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깬 버디”…배상문, 가족 앞 각오 새기며 PGA 재도전→결연한 1R 마무리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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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시 페럼클럽의 그린이 조용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한 발, 한 호흡에 쏟아냈던 응원이 절정을 이룬 18번 홀에서 배상문은 침착하게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세우고, 짧은 버디 퍼트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모진 시간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표정,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무대에 전부를 걸겠다는 내면의 다짐이 현장에 그대로 전해졌다.

 

배상문은 KPGA 투어 상금왕 출신으로, PGA 투어에서 이미 두 차례의 정상 등극을 이룬 한국 골프계의 굵은 족적을 남긴 선수다. 최근에는 2022년부터 PGA 투어 출전 자격 제한과 콘페리투어 시드 하락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며 쉽지 않은 행보를 이어왔다. 올해에도 KPGA 투어 7차례 출전, 하반기 4경기 중 3경기라는 결과 속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게 됐다.

“PGA 복귀 배수진”…배상문, 가족 앞 결연 각오로 재도전 / 연합뉴스
“PGA 복귀 배수진”…배상문, 가족 앞 결연 각오로 재도전 / 연합뉴스

자신의 복귀를 걸고 나선 이번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배상문은 전했다. 다음달 2일부터 아시안프로골프투어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챔피언십, 10월 16일 일본오픈 등 타 대회를 소화한 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의 PGA 퀄리파잉스쿨 준비에 모든 집중을 쏟기로 했다. 시즌 내내 먼 지역 대회에 불참하며 콘페리투어 순위가 밀린 현실을 돌아보고, “절박하지 않은 자신을 돌아봤다”며 냉정한 자기 고백도 덧붙였다.

 

새로운 가족도 큰 동력이 됐다. 배상문은 1년 8개월 전 태어난 아들과 함께, 지난달 결혼식을 올리며 정식으로 가정을 꾸렸다. 변화된 삶이 심리적 응어리를 풀었고,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그의 소회에는 절실함과 애틋함이 묻어 있었다. 앞으로 6주 후 가족과의 상봉을 기다리며, 목표를 향한 집념을 더욱 굳건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2라운드에서 무엇보다 더 나은 타수를 목표로 한다는 배상문은, 일본오픈과 PGA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미국 무대 재입성을 준비한다. 현장에 모인 팬들은 묵직한 박수로 응답했다. 쉼 없이 이어지는 재도전의 시간, 배상문은 가족과 새로운 인생의 입구에서 다시 한 번 투지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골프장의 적막과 벽을 흔드는 심장 소리, 그리고 산뜻한 챌린지의 숨결. 배상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여운을 남겼다. KPGA 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다음 라운드는 가족의 에너지와 재도전의 의지가 만나는 또 다른 무대에서 계속될 예정이다.

최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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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현대해상최경주인비테이셔널#pga퀄리파잉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