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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실험의 참상 증언”…합천, 피폭 80년 맞아 해외 피해자 첫 증언
정치

“핵 실험의 참상 증언”…합천, 피폭 80년 맞아 해외 피해자 첫 증언

오승현 기자
입력

원폭 80년, 핵실험 피해를 둘러싼 국제 연대와 증언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8월 5일 경상남도 합천군에서 열린 ‘2025 합천비핵·평화대회’에서 마셜제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콩고 등 해외 피폭자들이 처음으로 공식 증언에 나서면서 정치권과 각국 시민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핵무기의 가치와 평화의 조건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이날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 베네틱 카부아 매디슨 씨는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마셜제도가 미국의 핵실험장으로 활용됐다”며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질병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 또한 피해를 겪은 한 사람으로서, 핵무기로 인한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마셜제도의 핵 참사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며, 히로시마·나가사키에서 희생된 한국인 피폭자의 고통도 언급했다. 또한 “핵무기와 핵에너지가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실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며 핵 생산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체 연대를 촉구했다.

증언대에 오른 폴리네시아 출신 테아투아헤레 테이티-기에를라흐 씨는 가족이 방사선 피폭으로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전하며, “이웃 모두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콩고 민주공화국 출신 반핵평화활동가 이사이아 몽곰베 몸빌로 씨도 “카탕가 광산에서 강제노동과 방사능 노출이 발생했고, 수세대에 걸쳐 암과 기형아가 잇따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해외 피폭자 증언과 연대 목소리는 국내외 반핵운동의 흐름과 맞물려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합천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당시 전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70%가 출신지로 알려지면서, 이날 행사에는 원폭 피해자 가족의 연극 공연 등 비핵·평화 메시지 확산 방안 논의도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재난의식이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핵무기 금지에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정부와 의회의 책임론을 제기했고, 행사 참가자들은 증언과 연극을 통해 각국 핵실험·우라늄 채굴의 위험성과 국제 사회의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로 2012년부터 매년 이어져온 합천비핵·평화대회는 ‘피폭 80년! 기억과 기록, 평화연대’를 주제로 피해자 가족의 증언, 예술 공연 등 다양한 기획을 통해 핵의 위험성 재조명에 집중했다.

 

정치권은 향후 원폭 피해자 지원 정책, 국제 핵군축 논의에 대한 의견 수렴과 입장 표명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날 합천에서는 국내외 정치·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비핵·평화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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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틱카부아매디슨#합천비핵평화대회#핵실험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