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도, 워터파크도 경주로 간다”…여름 힐링 명소 20곳에 발길 몰려
여름 피서지를 고를 때 경주를 떠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예전엔 유적지 여행지가 먼저였다면, 이제는 해변, 숲길, 워터파크까지 아우르는 계절의 일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요즘은 경주 해변이나 계곡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경주시는 지난달 여름철 힐링을 누릴 수 있는 ‘여름경주 힐링스팟 20Pick’을 발표했다. 바다와 산책길, 계곡, 포토스팟, 워터파크 등 5가지 테마로 구성한 이번 목록에는 지역만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현대적인 재미까지 모두 담겼다.

해변을 찾는 이들은 오류고아라, 전촌솔밭, 나정고운모래, 봉길대왕암, 관성솔밭해변 등 ‘해변 5선’에 매료된다. 숲 사이로 바람이 통하고, 맑은 파도 소리에 가족부터 캠핑족까지 몰린다. 특히 봉길대왕암해변은 문무왕의 수중릉이 인접해 있어, 역사와 자연의 감각을 동시에 느끼려는 이들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시내에서 가까운 숲길 코스도 계절마다 인기를 더한다.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감포깍지길, 건천 편백나무 숲내음길, 경북천년숲정원 등은 시원한 그늘과 편안한 산책길로 누구에게나 열린 피서지가 된다. 더운 날엔 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산내 동창천, 청룡폭포, 옥산서원 세심대, 용연폭포 등이 도심 밖 자연 속 일탈을 선사하는데, 옥산서원과 세심대처럼 오래된 서원이 계곡과 나란한 곳에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 이들도 많다.
워터파크에서는 활기가 샘솟는다. 대형 슬라이드와 파도풀이 갖춰진 강동 워터파크는 가족 여행객의 원픽이고, 젊은 층이라면 경주월드 내 캘리포니아비치에서 SNS용 추억을 남긴다. 아이와 함께라면 뽀로로 아쿠아빌리지에서 온천 테마와 물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에도, 현장의 목소리에도 드러난다. 지역 커뮤니티에는 “경주에도 이런 데가 있었구나”, “가족끼리 머무르고 떠나기 좋아졌다”는 소감이 이어지고, 예전보다 경주에 며칠씩 머무는 여행자가 늘었다는 후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관광·여행 분야 전문가들은 “경주는 유적지의 도시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머물며 천천히 즐기는 여름 힐링 도시로 변화하는 중”이라고 해석한다. 경주시는 이번 힐링스팟 소개를 계기로 단순한 방문이 아니라 계절마다 오래 머물고 싶은 곳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피서의 방식 역시 우리가 사는 계절과 리듬을 바꾼다. 여행은 떠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머물고 싶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