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드로잉 월 앞에서 물드는 손끝”…예술이 일상이 되는 시간, DDP 가을축제
요즘 도심 속에서 주말에 예술 축제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미술관에 들어서야만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옛말이 됐다. 누구나 한 번쯤 붓을 들어보고, 자신의 색을 직접 덧칠해 보는 일이 이제는 일상 속 작은 도전이 됐다.
서울특별시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9월 26일부터 시작되는 ‘DDP 가을축제: 디자인 라운지’ 현장. 큼지막한 드로잉 월 앞에 선 아이와 부모, 연인, 친구들이 저마다 조심스레 색채를 입히고 있다. 올해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The Art Cube’로, 유명 작가의 드로잉에 수백 명의 시민이 직접 붓을 더해가는 초대형 시각 예술 프로젝트다. 현장에서는 드로잉쇼도 열려 예술가의 손끝이 빚는 순간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 참여자가 누구든, 자신의 터치가 곧 거대한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감각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공공 예술프로그램이나 참여형 전시 방문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발표한 ‘2024 시민 문화예술 참여 현황’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직접 체험하는 예술 행사’에 긍정적 경험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이나 세대 구분 없이, 몸소 예술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높아진 셈이다. 올해 DDP 축제도 가족, 친구, 연인을 위한 페이스 아뜰리에, 컬러 테이프 드로잉 클래스, 캐리커처 부스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준비했다.
아트 클래스 운영자 이수현 씨는 “미술을 직접 해 보면서, 내 안에 이런 감각이 있었나 발견하는 분들이 많다.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면서 삶의 리듬까지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장 참가자들 역시 “엄마와 함께 명화를 채색하는 일은 처음이라 신기하다”, “친구들과 나만의 포토존을 꾸미니 축제 내내 특별한 기분으로 지냈다”고 소박한 행복을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젠 그림 그리기가 특별한 취미가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놀이란 게 참 반갑다”, “가끔은 내 손으로 만든 작은 걸작이 하루를 바꿔준다”는 공감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장에선 함께 칠한 색, 작은 터치 하나가 누군가의 추억이 돼 남는다.
‘DDP 가을축제: 디자인 라운지’가 선사하는 경험은 단순한 문화 체험의 너머에서, 익숙한 일상이 색다른 예술로 거듭나는 순간에 머문다. 작고 사소한 참여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도시에 숨은 예술의 기쁨을 공유하게 된다. 올해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