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실명질환 급증”…AI·정밀 진단장비, 안구건강 판도 바꾼다
첨단 의료진단기술이 고령화 사회의 안구질환 치료와 관리에 변화를 이끌고 있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등 대표적 실명질환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고, 조기 진단을 놓치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정밀진단의 수요가 커졌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안저촬영 및 유전자 분석 등 IT·바이오 기술이 진단과 예후 예측, 개인 맞춤 치료까지 파급력을 넓히는 가운데, 업계는 조기 발견 및 관리 역량이 고령인구 건강관리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 신경조직에 노폐물이 쌓여 시력을 잃는 대표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 2024년 기준 황반변성 환자는 56만3천여 명으로, 5년 전보다 약 2.8배 늘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선 국내 초고령사회에서 노화와 성인병이 질환 급증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뉘는데, 특히 습성의 경우 비정상 혈관(신생혈관)으로 인한 급격한 시력 손실 위험이 크다. 이에 정밀 진단장비와 안저이미지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이 도입되며, 이상 징후 조기 포착과 맞춤 치료 구분 능력이 한층 높아졌다.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치료 등 신약 역시 병행되며 진행속도를 늦추고 시력 보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당뇨망막병증과 망막혈관폐쇄 역시 환자수가 증가 추세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장기화에 따라 망막혈관이 손상돼 실명 위험이 크며, 당뇨병 병력 15년 전후 환자 60~70%에 나타난다. 환자수는 4년 만에 약 10% 늘었다. 망막혈관폐쇄도 2020~2024년 환자 20%가량 증가, 주로 중장년층과 만성질환자에서 발병률이 높다. 두 질환 모두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정기 검사 외에는 조기 진단이 어렵다. 최근 AI 기반 안저이미지 분석, 자동화 진단 소프트웨어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도입되며, 환자 스크리닝 및 예후 예측 정확도가 개선되고 있다.
치료법은 질환별 특성과 진행 정도에 따라 다양해진다. 황반변성과 망막정맥폐쇄에서는 항체 주사, 스테로이드, 레이저 치료, 수술적 처치가 병행된다. 당뇨망막병증은 혈당 관리와 함께 레이저, 주사치료가 이루어진다. 망막동맥폐쇄는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으나 최근 유전자·재생의학 기반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진단, 모바일 안과 검사, 맞춤형 치료제 등 실명질환 관련 기술 상용화가 경쟁적으로 확산 중이다. 미국, 일본, 유럽에선 디지털 영상, 유전체 검사, 데이터 기반 예후 예측이 진료 표준에 도입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김안과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AI 판독, 빅데이터 기반 맞춤 치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고령화와 질환 증가세로 국가단위 안과질환 관리 프로그램, 의료정보 데이터 보호, 보험 적용 확대 등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식약처 등 규제기관 역시 인공지능 진단 소프트웨어, 신약 치료제에 대한 인증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있다.
유영주 김안과병원 전문의는 “고령화와 정밀 진단장비 확대 영향으로 실명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눈에 이상이 없어 보여도 정기 검진과 조기 진단, 적극적 치료가 시력 보존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IT·바이오 융합기술이 조기 진단·치료 표준을 끌어올리는 한편, 고령인구의 삶의 질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윤리적 고민, 정책적 지원의 조화가 미래 안과 건강관리의 관건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