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또 2안타”…김혜성, 세인트루이스전 맹타→다저스 타율 0.411
차가운 초여름 밤,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 위로 김혜성의 방망이가 빛났다.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혜성은 날카로운 눈빛과 빠른 주루로 관중의 숨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패배의 아쉬움 속에서도 그라운드를 누빈 그의 움직임은 무엇보다 팬들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8일 미국 미주리주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정규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1-2로 석패했다. 이날 김혜성은 9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와 1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시즌 타율은 0.404에서 0.411로 치솟았다. 4일 뉴욕 메츠전 이후 세 경기 만의 선발 복귀전에서 다시 맹타를 휘두르는 모습이었다.

경기 초반 세인트루이스 선발 에릭 페디와 맞선 첫 타석에서는 외야 뜬공에 머물렀지만, 5회 선두 타자 자격으로 집요하게 일곱 구 승부를 이어가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어 오타니 쇼헤이의 타석 때果단히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시즌 6호 도루를 추가했다. 7회 역시 선두로 나서 내야 안타로 다시 출루했으나, 후속 타선이 침묵해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김혜성은 9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삼진을 기록하며 아쉬움 속에 타석을 내려왔다.
한편 이날 세인트루이스의 선발 에릭 페디는 한국 KBO리그 NC 다이노스 출신으로, 과거 20승에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한 바 있는 투수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한 예리함을 보이며 다저스 타자를 공략했다. 팽팽하던 승부는 9회말, 세인트루이스의 놀런 에러나도가 끝내기 안타를 때려 승부의 균형이 깨졌다.
다저스는 이날 패배로 세인트루이스 원정 2연패를 안고 38승 27패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유지했으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승리할 경우 2위로 밀릴 수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경기 후 김혜성은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계속해서 내 몫을 다할 것”이라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 부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은 그의 날렵함과 투지에 함성을 보냈고, 잠시 멈춘 경기장의 공기 속엔 앞으로의 기대와 희망이 조용히 자리했다.
다저스는 9일 세인트루이스와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올 시즌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운명의 한 판, 그라운드 위의 표정과 야망이 또다시 경계를 허문다. 시즌의 긴 호흡은 매일의 작은 서사로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