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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전통의 품에 안기다”…산청의 여름, 치유와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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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전통의 품에 안기다”…산청의 여름, 치유와 힐링의 공간으로 자리잡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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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더운 여름날, 자연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여행지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방법이 달라지며, 이제는 단순한 휴식보다는 ‘내가 자연과 제대로 닿고 있는지’가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25일 오전, 경남 산청은 기온 28.7도, 체감온도 29.5도를 기록하며 맑고 더운 날씨를 보였다. 낮 기온은 33도까지 오를 전망이지만,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좋음’ 수준으로 야외 활동이 한결 쾌적하다. 이른 아침부터 산청을 찾은 여행객들은 햇빛 차단제를 바르고,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며 골목과 계곡을 누빈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남사예담촌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남사예담촌

산청 곳곳에서는 ‘치유와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대표 명소 동의보감촌은 넓은 공간에서 한방과 건강을 주제로 한 체험·전시 시설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더운 한낮, 실내외를 넘나들며 한방 족욕, 건강 차 시음 등 이색 체험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최근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부쩍 증가했다. SNS에는 “아이와 한의학 체험도 하고, 산책길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피곤이 풀렸다”는 후기들이 이어진다.

 

숲길과 계곡을 따라 걷기를 즐긴다면 대원사계곡이 새삼 인기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맑은 물, 한여름에도 발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이 도심 속 더위를 잠시 잊게 한다. 친구, 연인, 가족이 함께 트레킹하는 풍경은 이제 이곳의 일상이 됐다.

 

전통 한옥마을 남사예담촌도 빼놓을 수 없다. 고즈넉한 골목 사이로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이 부쩍 많아졌다. “지나치던 풍경이 갑자기 그림책 한 장처럼 느껴졌다”는 방문객의 고백처럼, 고택마다 배어있는 시간이 깊다. 전통 문화 체험이나 한옥 숙박을 경험하려는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조선시대 서원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덕천서원이 제격이다. 학문과 자연의 조화를 감상하려는 중년 여행객들이 늘었고, “지적인 휴식에 마음이 놓였다”는 후기도 전해진다. 산중 암자인 정취암은 암벽에 다녀온 이들이 입을 모아 “한적함 그 자체였다”고 표현한다. 조용히 머묾으로써 오히려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경호강에서는 래프팅, 카약 등 수상레저를 즐기려는 젊은 세대가 활기찬 풍경을 만든다. 더위 속 시원한 물살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 “이 맛에 여름 바캉스를 기다렸다”는 젊은이들의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야외 활동이 가능한 미세먼지 ‘좋음’ 지수, 다양해진 체험 프로그램, 사진 인증 열풍까지—현대인의 여행 목적은 점점 더 ‘힐링’에 방점이 찍힌다. 문화·자연·액티비티를 넘나드는 산청의 여름 피서는 지역의 오래된 풍경과 새로운 취향이 만나 탄생한 결과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올해는 여행지에서 나를 돌볼 수 있었다”, “더운 날씨도 산청 풍경 안에선 한결 여유롭게 느껴졌다”는 공감이 이어진다. 힐링은 거창한 계획에서 나오기보다는, 오늘처럼 작고 생생한 풍경을 온몸으로 만났을 때 찾아온다.

 

결국 이런 변화는 우리 삶에 작은 전환점을 남긴다. 더운 여름날, 산과 강, 고택과 전통이 어우러진 산청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의 쉼터가 된다. 여행지 선택의 이유도, 그곳에서 남는 감정도 이제 ‘나만의 속도’에서 비롯된다. 맑은 공기와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내면의 휴식이 모두 함께하는 산청의 여름.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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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동의보감촌#남사예담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