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에 울려 퍼지는 바람과 음악”…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 지역의 기억을 흔든다
금호강을 따라 산책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예전엔 자연이 삶과 멀게만 느껴졌지만, 지금은 강변에서 축제와 예술을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됐다. 금호강과 북구 산격동 둔치가 지역민의 작은 안식처가 돼, 문화의 바람이 잔잔히 흐르는 모습이다.
요즘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에 대한 소문이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 9월 마지막 주말, 산격대교 하단 둔치엔 웰컴존과 푸드존, 레포츠존, 힐링존 등 여섯 개의 테마존이 펼쳐진다.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없던 요트체험이나 RC요트, 대형 퍼포먼스와 야외사진전, 버스킹 음악회가 어우러져 강가의 또 한 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동네 아이들은 편백나무놀이터에서 뛰놀고, 가족은 강변도서관에 앉아 책장을 넘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전국 주요 도시행사 중 강변축제가 급부상했고, 지난해 대구 북구 내 문화행사 참석률은 해마다 꾸준히 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뮤니티에도 “강가 산책하다 축제에 휘말렸다”, “조용한 강변이 갑자기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꽉 찼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전문가는 이런 흐름을 ‘주민참여형 일상문화 시대’라 부른다. 지역 문화연구자 김철수 씨는 “축제의 본질은 이웃들과 한 공간에서 감정을 공유하는 데 있다”며 “금호강과 같은 도시 속 자연은 이제 소통의 매개체가 된다”고 느꼈다.
마을 주민 중 한 명은 “올해는 특별히 광복 80년, 북구 80년을 기억하는 사진전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친환경 원칙 실천에 동참하며, 놀이소품을 빌려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현장에 더욱 쉽게 녹아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제는 축제마저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됐다”, “강바람 맞으며 노래 듣는 기분, 올 가을 최고의 기억”이라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그만큼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잔잔한 파동을 남긴다. 자연과 예술,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이 공존하며, 마을의 기억과 정체성을 새롭게 세운다. 작고 사소한 축제이지만, 우리 일상의 질서와 공동체의 감각은 그 안에서 한 뼘씩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