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현장”…정청래, 취임 100일 소탈 행보로 이재명 정부 지원 의지 강조
정치권의 충돌 지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신중 모드에 돌입했다. ‘재판중지법’ 논란이 당정 간 갈등 양상으로 비화된 가운데, 정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 대신 약자 돌봄과 현장 봉사로 행보를 전환했다. 대립 구도 속에서 여야는 각기 해석을 내놓고, 정국 주도권 다툼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9일 경기 용인 소재 소방서와 유기견 보호소를 잇따라 방문했다. 정 대표는 통상 정당 대표들이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고 당면 정국에 메시지를 내는 관행 대신, 현장에서 약자 및 공익 실천에 집중하는 행보로 방향을 틀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중단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점이 있다. 당정 간 조율 실패로 혼란이 커지자, 정 대표는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며 현안 메시지를 자제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 대표 측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는 이재명 정부를 뒷받침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고,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도 이날 유기견 보호소에서 “100일 기자회견을 따르기보다 일을 하러 왔다.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실천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용인소방서 백암119 안전센터를 찾아 소방관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방관들이 책임지는데, 여러분의 생명과 안전, 복지와 처우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시급한 과제 해결을 약속했다. 소방관들은 인력 부족, 불편한 방화복, 출동 용도에 맞지 않는 구조복을 주요 현안으로 건의했고, 정 대표는 “구조복 문제는 빠른 시일 내 해결해 보고드리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용인 소재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해 운동복 차림으로 봉사활동을 펼쳤다. 현장 간담회에서 정 대표는 “동물도 생명이고,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함께 사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실천하겠다”며, 현안 질문에는 “동물 사랑에 집중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답했다.
여야 정치권은 정 대표의 행보에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말보다 실천 중심의 리더십”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지만, 야권 일각에서는 ‘재판중지법’ 역풍을 의식한 몸 낮추기 행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에 따라 정 대표의 향후 메시지 및 당 운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회 일정에선 검찰개혁, 민생 현안 등 주요 의제가 대기 중인 가운데, 민주당은 민생 이슈 부각과 이재명 정부 지원을 앞세워 정국 주도권 회복을 노릴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날 정청래 대표의 현장 중심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민주당 및 여야 지도부의 대응, 정 대표의 입장 표명이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