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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f-1 임상시대 연다”…채종희, 환자 맞춤 유전자 치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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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f-1 임상시대 연다”…채종희, 환자 맞춤 유전자 치료 도전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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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명의 환자만을 위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이 한국 임상 현장에서도 본격 추진된다. 채종희 서울대병원 희귀질환센터장(임상유전체의학과·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이끄는 연구팀이 ‘N-of-1 트라이얼’(한 명의 환자 맞춤 유전자 치료) 임상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극소수 환자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은 초미니 환자 집단의 병적 변이에 맞춘 설계와 약물 반응 관찰이 핵심이다. 업계는 이 시도가 한국 바이오 신약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본다.

 

채 센터장은 이미 2014년 국내 최초로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스핀라자'의 글로벌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2022년엔 생후 4개월 SMA 환아에게 최초로 보험 적용 치료제 ‘졸겐스마’ 투여를 이끈 바 있다. 최근 들어 그는 국내 우수 연구진과 연계해, 기존 집단 표적 임상에서 한발 더 나아간 ‘단 1인의 유전 질환자를 위한 치료제’ 설계 및 임상 플랫폼 연구에 착수했다.

N-of-1 임상은 개별 환자의 유전 변이, 발현 기전 등 극도로 개인화된 정보를 분석해, 해당 환자에 딱 들어맞는 치료 물질을 직접 만들어 투여 방식과 효과까지 검증하는 초정밀 의학이다. 기존의 임상시험이 수백~수천 명 모집을 필요로 했던 것과 달리, 이 방식은 단 1인의 데이터로부터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 실마리를 확보한다. 실제로 미국·유럽 등에서는 2020년대 초부터, 초희귀 질환 환아를 위한 유전자 편집 치료 플랫폼 임상(케이스 리포트 기반)이 확대되는 추세다. 채 센터장은 “레지던트 시절 진단만으로 환아를 떠나보냈던 무력감이 N-of-1 연구의 동기가 됐다”며, “한 명을 위한 치료제 개발이 결국 다수의 혁신적 치료 해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개별 유전 변이마다 ‘맞춤형’ 설계가 이뤄지는 만큼, 진단 정확도와 유전자 가위 기술, 약물전달 플랫폼 등 고난도 바이오 혁신이 필수다. 그의 팀은 희귀질환 환자 유전자 서열분석에서 변이 해석, 치료제 후보군 디자인, 약물 투여 및 기능 측정에 이르는 전체 파이프라인을 자체 구축하고 있다. 육안이나 조직검사로 진단이 어려운 미진단 근육병, 소아·신생아 발달질환 영역에서 실제 적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채 센터장은 “병의 원인 유전자 변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부터가 관건”이라며, “협업 전문가들의 긴밀한 데이터 해석과 소통이 없다면 이 분야 진입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장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초고가 신약(1회 20억 원 이상)이 실제 환자 삶의 질을 극적으로 바꾼 사례가 늘며 기술력 우위가 강조되는 무대다. 단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가 개발 성공 때 ‘신약 개발 전체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는 특허와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어 세계 각지 바이오텍, 병원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복제 임상·대규모 환자 타깃 신약 개발 중심에서 이제 ‘환자 맞춤 고위험·고혁신 임상’으로 연구 축이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진단 희귀질환 분야는 특히 규제·윤리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식약처 및 생명윤리위원회는 환자당 1회 투여형 신약 개발에 대해 엄격한 심사와 투명한 데이터 관리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FDA 등 주요 규제기관에서는 환자 동의, 데이터 투명성, 장기 추적을 엄격히 의무화하는 추세다. 

 

채 센터장은 “희귀질환 연구는 스타트업이나 기존 제약사가 진입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지만, 극단적 맞춤형 플랫폼 경험이 국가 바이오 역량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적 신생아 선별검사 정책이나 보험 시스템 변화와 맞물릴 때 단 1명을 위한 혁신이 다수 국민에게 실질적 건강 편익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N-of-1 임상이 실제 한국 의료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지, 제도·윤리의 균형 속에서 바이오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맞춤 신약 개발과 공급 체계가 바이오산업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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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종희#희귀질환#유전자치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