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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보는 국가 생존에 직결”…안규백, 해군 80주년 관함식서 해상전력 과시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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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안보를 둘러싼 전략적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대한민국 해군이 부산 앞바다에서 전례 없는 대규모 관함식과 전력 시범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군 창설 8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관함식은 국가 해상교통로와 방위산업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정치권과 군 당국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6일 부산 인근 해상에서는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을 필두로 잠수함, 대형수송함, 상륙함 등 총 31척의 함정이 집결했다. 아울러 해군·해병대, 육군, 공군, 해경의 항공기 18대, 무인수상정과 무인항공기 등 첨단 전력이 해상과 상공에서 한데 모여 축제의 장을 이뤘다. 300명의 군·정부·국회·유관기관 인사가 상륙함 일출봉함에 올랐고, 국민참여단 360명 등 2천100여명이 마라도함과 노적봉함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안규백 장관은 기념사에서 “해양안보는 곧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다”며, “국내 무역량의 99.7%가 바다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해상교통로는 국가의 생명줄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해군은 수상함·잠수함·항공기 등 다양한 입체기동전력을 고루 갖춘 세계적 강군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유무인 복합체계가 바다에서 효율적으로 구현되려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해상사열은 최첨단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지휘함 역할을 맡은 가운데 기동했다. 8개 편대 18대 항공기의 대규모 사열이 펼쳐졌고, 해상초계기 P-8A가 창설 80주년을 기념해 섬광탄 80발을 발사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수상함 사열에는 기동함대 소속 세종대왕함, 왕건함, 호위함 충남함, 부산함 등이 이름을 올렸고, 해역함대 전력과 잠수함도 잇따라 항해했다.

 

이어진 훈련 시범에서는 P-8A 해상초계기의 음향탐지부표 투하와 해상작전헬기 MH-60R, 링스 등 다양한 기종이 등장해 실제에 버금가는 대잠작전 및 무인수상정의 감시·경고 사격 시연이 이뤄졌다. 정조대왕함의 대함경례로 대규모 해상 훈련이 마무리됐다.

 

정치권에서는 대형 수송함, 이지스구축함 등 고도화된 전력 과시와 더불어, 방위산업 발전과 ‘K-조선’ 위상을 강조하는 발언이 줄을 이었다. 여야 관계자들은 “첨단 전략무기와 무인전력의 지속적 확보가 동북아 안보 불확실성 속에서 국가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전문가들도 “해상사열을 통한 해군력 데모는 동맹 및 주변국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남북 해양경계선 상황에도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해군 관함식은 1949년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 인천에서 첫 개최된 뒤로 6번째를 맞았다. 국내외 초청 행사였던 2018년 제주 국제 관함식과 달리, 올해는 비상계엄 등 제반 사정으로 국내 관함식으로 규모를 조정했다.

 

정부와 군은 이번 관함식의 의미를 계승하며 유무인 복합전력 확대, 해상교통로 방호력 강화, 방위산업 생태계 발전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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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해군관함식#정조대왕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