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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위기 고조”…방글라데시, 연료 파동 우려→새 수입망 모색 갈림길
국제

“이스라엘-이란 충돌로 호르무즈 위기 고조”…방글라데시, 연료 파동 우려→새 수입망 모색 갈림길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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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의 여름 하늘 아래, 수도 다카의 거리에는 불규칙해진 연료 트럭의 발자국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바닷길은 보이지 않지만, 중동에서 밀려오는 원유와 가스의 기류만은 실핏줄처럼 이 나라 경제를 떠받쳐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이 한층 더 거세지며,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연료의 생명선 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19일 방글라데시 정부와 업계는 침묵 끝에 가까운 장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세계 에너지 흐름의 단절 위험을 공식 언급했다. 방글라데시 석유공사와 국영 및 민간 에너지 기업 모두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부다비에서 원유를, 카타르에서는 LNG, 이라크·오만에선 LPG를 들여오며 중동에 절대적으로 기댄 수입 구조는 이번 위기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방글라데시,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연료 수입 차질 가능성
방글라데시, 이스라엘-이란 충돌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연료 수입 차질 가능성

방글라데시는 2023~2024년 한 해 동안 중동에서 들여온 원유가 150만톤,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서 수입한 정유가 520만톤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들여온 정유조차 중동 원유에 뿌리를 둔 것이어서, 호르무즈 해협이 멈춘다면 방글라데시의 엔진 또한 멈출 수 있다는 두려움이 팽배하다.

 

이란 정부가 거듭 해협 봉쇄를 경고한 후,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항 경유 등 우회 노선을 모색하면서도 “운송비 증가 이상으로 수급 단절이 더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BPC의 아자두르 라흐만 운영과장은 연료 구매선 다변화, 해외 공급선과의 유연한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문제는 가격이 아닌, 수입 자체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깊은 근심을 피력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격랑은 단지 방글라데시만의 몫이 아니다. 만약 해협이 막힌다면 아시아 주요국 전체의 증시와 연료시장에 거센 물결이 일 전망이다. 이미 국제 거래시장과 환율, 에너지 가격은 이스라엘-이란 충돌 소식마다 작게, 그러나 점차 넓고 깊게 흔들리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현재도 연료 수입과 운송 비용을 계산하며, 눈앞에 펼쳐질 더 불안정한 미래를 주시한다. 양국 간 추가 충돌과 해협 상황에 따라, 아시아의 수입 구조와 투자 심리는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기에 업계는 긴장된 침묵 속에 서성인다. 호르무즈 해협 바람결이 잦아들거나, 혹은 거세질 지금, 모든 선택은 시간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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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호르무즈해협#이스라엘-이란충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