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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교체법 논란”…여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필리버스터로 격돌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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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둘러싸고 여야가 국회 본회의에서 정면 충돌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위원장 교체를 둘러싼 ‘위헌성’ 논란과 ‘방송 거버넌스 정상화’ 주장을 내세우며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여당은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필리버스터로 법안 처리를 막는 반면, 최대 야당은 신속한 통과를 강조하며 강경 맞불에 나섰다.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부조직법 수정안 의결에 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법이 상정됐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첫 타자로 등단해 4시간 40여 분 넘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해당 법안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겨냥한 ‘위헌적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최형두 의원은 “이 법은 이진숙 위원장을 교체하기 위한 것”이라며 “부칙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기존 방통위 공직자를 모두 승계하지만, 정무직 공무원인 위원장만 제외한다고 돼 있다”고 직격했다.

이어 최 의원은 "똑같은 성격의 위원회 설치법에 한 곳은 위원장만 제외한다고 하고, 다른 곳은 모두 승계한다고 돼 있다"며, 특정 인물을 겨냥한 입법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의원은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를 사례로 들며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가 창작자들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이날 필리버스터 현장에는 의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우면서 본회의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측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이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맞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은 방통위 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한 법안”이라며 “지난달 방송3법 통과에 이어 방송의 구조적 개혁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현 의원은 “2008년 이후 비정상적으로 분리된 방송통신 정책 구조를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본회의장 입장 전 취재진에게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바뀌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는 방송을 하게 될 것”이라며 “MBC가 민노총 브로드캐스팅 컴퍼니가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사형장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고, 두 눈 부릅뜨고 역사의 기록을 확인하겠다”고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여야의 격돌은 국회 본회의장을 넘어서 내년 총선 등 정국에 장기적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보호와 위헌 입법 저지를 예고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법안 통과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국회는 향후 본회의에서 추가 토론과 표결 절차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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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최형두#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