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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걷기와 피크닉 콘서트”…한강페스티벌로 물드는 서울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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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 걷기와 피크닉 콘서트”…한강페스티벌로 물드는 서울의 여름밤

조민석 기자
입력

요즘 한강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산책길이었지만, 이제는 여름밤을 잇는 새로운 축제의 일상이 됐다. 피크닉 매트 위 촛불과 음악, 조금은 들뜬 한강변의 여름 냄새.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도심 생활의 리듬이 스며든다.

 

한강으로 모이는 사람들은 먼저 “올해도 시작됐다”며 반가움을 나눈다. 7월 26일부터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 펼쳐지는 ‘한강페스티벌’은 이미 SNS에서 ‘도심 속 여름 성지순례’로 통한다. 밤샘 한강 걷기, 피크닉 콘서트, 인피니티 풀에서 흐르는 재즈, 텐트 야영과 무소음 헤드폰 파티. 참가자들은 “강바람 맞으며 밤새 걷는 것만으로도 여름이 다르게 느껴진다” “가족, 친구랑 태극기 꽂은 배를 만들고 경주하다 보니 서로를 다시 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피크닉 콘서트부터 수상 경주까지…‘한강페스티벌’ 서울 송파구 물든다
피크닉 콘서트부터 수상 경주까지…‘한강페스티벌’ 서울 송파구 물든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한강 주요 공원 방문객 수는 1,500만 명을 넘겼고, 10명 중 7명은 문화 행사 참여 경험을 이야기했다. 시원한 강바람, 배를 만들어 물 위를 가르는 나만의 경주, 통나무 위 균형 대결은 온 가족, 친구 모두가 새로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시간이다.

 

트렌드 분석가 김정현 연구원은 “도심에서의 휴식에 대한 갈증이 한강의 축제로 옮겨졌다. 공동체 놀이와 즉흥적인 음악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품어 안아준다”고 느꼈다. 그만큼 여름밤 한강은 체험의 공간이자, 나만의 기억을 다시 쓰는 무대가 되고 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예전엔 캠핑 가야만 누릴 수 있던 감성인데, 이제는 음악 들으며 한강에서 즉석 피크닉 파티를 연다”, “인피니티 풀에서 재즈를 듣다가, 텐트 속 야식으로 영화 한 편이면 그날이 완성된다”, “헤드폰 끼고 나만의 세상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게 신기하다”처럼 새로운 방식의 여름휴식을 반기는 이들이 많다.

 

한강페스티벌이 특별한 건 단지 다양한 프로그램 때문만은 아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가족·친구가 함께 만든 배에 태극기를 달고 물살을 가르며, 개인의 추억 위에 공공의 기억을 새긴다. 침묵을 나누는 무소음 DJ파티, 루프탑 요가와 리버뷰 다이닝은 일상 거리를 확장한다. 작고 사소한 모험이지만, 누구에게나 한여름 도시에 남기는 위로이자 삶의 작은 혁신이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이 계절을 살아내는가일 것이다. 불빛과 음악, 물소리로 가득한 한강의 여름밤이 그 대답이 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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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페스티벌#잠실동#송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