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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법안 19건 국회서 잠든 채 비극 반복”…입법 부실에 정치권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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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법안 19건 국회서 잠든 채 비극 반복”…입법 부실에 정치권 책임론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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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스토킹 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가운데, 국회가 관련 법 개정안 19건을 장기간 계류시키며 입법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상임위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동안,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대책조차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후 발의된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은 각각 17건, 2건으로 총 19건에 달한다. 그러나 2025년 8월 3일 현재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스토킹처벌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스토킹방지법은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올 1월, ‘서성거리는 행위’를 스토킹 유형에 새로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은 작년 9월 잠정조치 이행 현황을 법원이 수시 점검토록 했고, 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올해 6월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도 피해자가 직접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다. 그러나 이들 법안 모두 상임위 논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잇따라 발생한 울산, 의정부, 대전 등 최근 스토킹 사건은 기존 스토킹처벌법의 적용이 미비하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울산 사안에선 가해자가 집 앞에서 서성이는 등 두 차례 신고가 있었고, 일정 거주지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졌지만 명백히 이를 어기는 범행이 이어졌다. 의정부 사건도 반복된 신고와 경찰의 보호 조치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전 직장 동료에 의해 피살돼 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

 

정치권 내에선 ‘사후약방문식 입법 관행’에 쓴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국회 구조의 한계를 꼬집었다. 법사위의 경우 검찰·사법개혁 등 쟁점이 늘 몰려 논의가 공전하는 일이 잦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은 표밭을 위한 정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기존에 이슈가 터진 뒤에야 입법이 뒤따르는 현실을 지적했다. 2023년 6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이후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단발성 개정만 이뤄진 것도 대표적 후행 입법 사례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보다 의원 개인 이익이나 정쟁에 집중하는 현 구조에선 입법 사각지대가 불가피하다”며 정치권 전체의 윤리의식 쇄신을 촉구했다. 그는 또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입법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3일 국회는 22대 들어 제출된 스토킹 관련 법안들을 두고 상임위 차원의 논의조차 지연되는 등 입법 과실이 거듭 노출됐다. 정치권은 스토킹 피해자의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법 개정안 심사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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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스토킹처벌법#법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