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마약 규제 속도전”…식약처, 지정 예고 2주로 단축
신종마약류 규제가 국내 보건·사법 시스템의 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식약처가 ‘임시마약류 지정·공고제’의 지정 예고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5주에서 2주로 단축했다. 다크웹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변종되는 마약류, 즉 펜타닐 계열 등 신종마약 유통이 급증하고, 각국의 규제 공백을 노린 국제 범죄가 활개를 치는 가운데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한 제도 혁신이 본격화된 것이다. 업계와 법조계는 “신종마약 대응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는 신종마약류의 임시 지정 절차에서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화학구조 및 약리작용 분석 등 정보평가 과정을 관계기관 의견조회 및 지정 예고 절차와 병행하도록 내부 지침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정보평가부터 예고까지 총 5주 이상이 소요되던 절차가, 개정 이후 2주 이내로 크게 단축됐다. 임시마약류 지정제도는 신종마약류의 오·남용과 보건 위해를 신속히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임시 지정 예고만으로도 수입, 소지, 유통이 통제 가능해지는 방식이다.

신종마약은 펜타닐 등 기존 마약류 구조를 미세하게 변형해 이미 지정된 규제를 교묘히 회피한다. 국내 마약류로 분류된 펜타닐 유사체는 알펜타닐, 레미펜타닐 등 26종에 이르지만, 신물질 등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2022~2024년 확인된 신규 신종물질만 1554개에 달하며, 국내외 법망 불일치는 수사 공백을 낳았다. 지난 유럽 사례처럼 국내 미지정 신종마약 유통 때 처벌이 어려웠던 배경이다.
정보평가 병행 추진은 글로벌 마약류 규제에서도 사례가 적은 신속화 시도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도 화학적 다양화에 기반한 신종마약 대응을 서두르고 있으나, 법률상 비교적 엄격한 지정 요건과 입증 부담으로 분기점마다 행정·법적 병목에 직면해왔다. 식약처는 법적 명시조항 외 내부 절차 범위에서 지침을 개정, 시간표를 실질적으로 앞당겼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효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규제 예고 단계 단축은 온라인·다크웹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마약류 신종변종의 국내 유입 초기 차단을 가능케 해, 유통 단절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다만 실물 약리자료가 빠르게 확보되지 않는 신물질에 대한 제도적 선제성, 데이터 공유 범위 확대, 국제정보 교류 등은 과제로 제기된다.
관련 법령에는 임시지정제도 운영이 대부분 법률에 근거해 현장 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일정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신종마약 시장의 교체주기가 몇 주에 불과한 만큼, 규제 시스템 역시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정 시점뿐 아니라 글로벌 데이터 연계, 민간·정부·국제기구 협력체계 등 사회적 인프라 전반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지정 절차 혁신이 국내 마약범죄 대응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규제의 신속성과 예측가능성, 국제 공조체계가 신종마약 대응 능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