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더 깊어지는 휴식”…속초의 흐리고 비 오는 날, 조용한 여행이 된다
요즘은 흐리고 비 오는 날,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여행자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궂은 날씨가 여행의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되려 고요함과 깊이를 찾아 일부러 빗속으로 떠나는 이들도 적잖다.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는 6일 장맛비와 함께 선선한 기온을 보이며, 우중 충만한 감성을 더했다. 오전 10시 기준 23도 남짓의 온도, 이슬비에 젖은 공기, 부드러운 노을빛이 도시 전체를 감싸는 풍경은 단출하지만 묵직한 매력을 안긴다. 그래서일까. 이맘때 속초는 실내외의 여유로운 명소들이 빛을 발한다.
비 오는 날에는 사방이 온통 촉촉한 자연, 그리고 포근한 휴식처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쏟아지는 비 소리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는 ‘척산온천휴양촌’이 대표적이다. 실내와 노천탕을 오가다 보면, 어깨 너머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힐링의 리듬이 된다. “비 오는 속초의 온천은 마음까지 느슨하게 풀어준다”며 여행객 박지현 씨는 특별한 쉼을 고백했다.
나들이를 포기할 필요도 없다. 실내에서 조용한 배움을 즐기고 싶다면 ‘국립산악박물관’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등산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비를 피해 한두 시간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다.

밖으로 발길을 옮기면, 굳이 햇살이 아니어도 청초호 산책은 운치와 차분함을 준다. 우산을 살짝 펼치고 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호수의 잔물결, 그 위로 깃드는 회색빛, 그리고 뽀얀 안개는 속초 특유의 고요함을 더한다. 소셜미디어에는 “흐린 날, 청초호는 오히려 예쁘다”, “비 내리는 속초의 호수가 마음을 맑게 한다”는 감상 공유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실제 수요에서도 확인된다. 강원관광재단에 따르면, 최근 비 오는 날 속초 실내 명소 방문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온천 뿐 아니라, 박물관, 카페 등 실내 명소의 검색량이 함께 증가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날씨에 상관없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유연한 여행’이 속초 여행의 매력”이라고 조언한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이혜선 씨는 “오히려 흐린 날씨야말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천천히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비 오는 속초의 매력은 구석구석 숨겨져 있다. ‘속초등대전망대’는 가벼운 산책로와 계단이 어우러져 날씨가 잠잠해질 때 잠시 들르기 좋다. 층층이 쌓인 구름 사이로 항구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여행자들에게 오래 남는 인상을 준다. 설악산 자락의 ‘신흥사’는 우산을 씌워 걷는 산책로 끝에서 조용한 사색을 선사한다. “비 내리는 산사에서 들려오는 빗방울 소리가 마음을 맑힌다”는 이들이 많다. 커뮤니티와 온라인 게시판 곳곳에서도 “빠듯한 일정 대신 천천히 머무는데, 그 시간이 오히려 좋다”는 공감의 글들이 잇따른다.
결국 궂은 날씨는 여행의 방해물이 아니다. 속초에서 비는 오늘만의 특별한 여행법을 제안한다. 실내 온천에서의 느긋함, 박물관에서의 새로운 경험, 빗속 산책로와 산사의 여유까지—작고 사소하지만, 이 모든 선택이 우리 삶의 감각을 천천히 바꾼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