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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실버타운의 붕괴”…노년의 천국 약속→상처와 고립 속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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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 실버타운의 붕괴”…노년의 천국 약속→상처와 고립 속 절규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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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창으로 내리쬐는 햇살 아래,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년의 시선이 잠시 머문다. KBS 1TV ‘추적60분’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점차 무너지는 실버타운의 그림자에 시선을 더했다. 처음엔 노후의 안식처를 꿈꿨어도, 현실은 점점 더 무거운 불안과 체념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경기도 성남 한복판, 밤마다 불을 밝히던 초호화 실버타운은 한때 입주민 모두의 자랑이었다. 커다란 수영장과 영화관, 넓은 산책로가 펼쳐진 이곳엔 늘 삶의 품격이 있다는 믿음이 흘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천장 가득 번지는 곰팡이와 점차 문이 닫혀가는 복지시설은 노년의 일상마저 위협하는 낯선 풍경을 만들었다. 한 입주민은 집을 팔 수도, 쉽게 떠날 수도 없는 속앓음을 토로했다. 값비싼 기대 뒤에 남겨진 쓸쓸한 무력감은 곧 이 시대 노인 모두의 현실로 겹쳐진다.

“초호화 실버타운의 몰락”…추적60분, 노년의 유배지→복지 사각지대 고발 / KBS
“초호화 실버타운의 몰락”…추적60분, 노년의 유배지→복지 사각지대 고발 / KBS

경기도 용인특례시의 또 다른 실버타운에서는 분양 당시에 약속됐던 9홀 골프장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운영권을 쥔 법인은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결국 식당과 체육시설까지 사라진 채 이름만 남은 ‘실버타운’만이 허허롭게 자리를 지켰다. 높게만 느껴지는 관리비, 반환되지 않는 보증금은 오히려 입주민을 옥죄는 족쇄가 됐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위에서, 노년의 삶은 점점 움츠러져만 갔다.

 

이번 ‘추적60분’은 화려한 광고와는 딴판인 노인복지 현장의 구조적 허점을 고발한다. 분양형 실버타운의 입주민은 소유권은 가졌으나 실질적 운영권은 갖지 못해, 스스로 입주자대표회의조차 만들 수 없다. 관리권도, 법적 보호장치도 모두 기관의 손에 쥐어진 채 노인들은 제한된 결정을 반복해야 했다. 게다가 보증금 반환도 쉽지 않아, 평생 모은 재산이 허망하게 위태롭기만 했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연구위원은 “민간 자본에 맡겨진 복지시장의 구조와 허술한 법적 감독이 지금의 위기를 만든 셈”이라며 실버타운의 본질적 역할 회복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초호화 홍보 아래 감춰진 ‘입주민의 구조적 소외’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현장에 퍼진다.

 

사라진 행복, 낮아진 복지 기준, 현실에선 유배지로 변해버린 노후의 최후 보루. KBS 1TV ‘추적60분’은 이 모든 문제를 다루며, 7월 25일 금요일 밤 10시 ‘노후를 분양합니다, 실버타운이라는 허상’ 편을 통해 변해야 할 우리 사회의 단면을 치열하게 비춘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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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60분#실버타운#노후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