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수사 한가운데”…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해병특검 조사 참석
채상병 순직 사건의 정국 충돌 한가운데에서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이 8월 4일 서울 서초동 해병특별검사팀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해병대 수사단의 첫 장관 보고 현장에 동석했던 전 대변인의 출석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직접적 지시와 이른바 ‘VIP 격노설’로 인한 수사 개입 의혹을 깊게 파고드는 신호탄이 됐다.
전하규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자들이 “첫 장관 보고 때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에 대한 거론이 없었는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박정훈 대령 관련 국방부 문건 작성 지시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는 만큼 소명하겠다”고 밝히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그가 참고인으로 소환된 배경에는 2023년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의 국방부 장관 첫 보고 자리에 함께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전 1사단장 등 8명을 채상병 사망과 관련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이종섭 장관은 보고서에 서명과 결재를 마쳤다. 그러나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나”며 기억에 남는 발언을 남긴 직후, 장관 결재는 번복됐고 조사 결과 이첩과 언론 브리핑 역시 이 전 장관의 직접 지시로 보류됐다.
이후 ‘VIP 격노설’과 대통령의 직접적 질책, 그리고 수사 결과의 방향 전환에 대한 외압 논란이 군 안팎에 퍼졌다. 이에 특검팀은 전하규 대변인을 상대로 보고 및 회의 과정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상세 지시사항과 당시 국방부 내부 논의 전반을 중점적으로 캐물을 방침이다.
군내에서는 2023년 10월 경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미흡, 장관 이첩 보류의 정당성, 대통령의 격노 및 박정훈 대령 주장의 허구성을 주장한 12쪽 국방부 문건이 회람됐다. 해당 문건은 국방정책실 주도로 작성됐으나, 작성자와 배포 경위가 불투명해 ‘괴문서’ 논란을 낳았다. 국방부는 내부 상황 공유 목적이었다고 밝혔으나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이날 특검팀은 정종범 전 해병대 부사령관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으나, 일정이 조정됐다. 정종범 전 부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의 10가지 지시가 담긴 일명 ‘정종범 메모’ 작성자로, 7월 31일 언론 브리핑 취소 직후 열린 현안 토의에 참석했다. ‘누구누구 수사 언동하면 안 됨’ 등 외압 시사 내용까지 문서에 포함돼 특검의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특검팀은 국방부 내 문건 작성·결재·배포 경로와 보고 체계 확인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싸고 특검과 군 수뇌부, 대통령실 책임 공방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수사 결과와 추가 증언에 따라 정국의 파장이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