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 결별 선언”…미국 정계·재계 충돌 신호탄→파급 어디까지 번질까
초여름, 워싱턴의 하늘엔 무거운 구름이 드리우고, 그 아래 백악관과 실리콘밸리의 그림자가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동맹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한때 우주산업 협력과 신기술에 공존하던 두 인물은 감세법안을 둘러싼 의견 충돌과 상처 입은 자존심 앞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7일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와의 관계에 대해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그렇다”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머스크가 최근 공화당 주요 법안에 반기를 들고, 민주당 후보를 후원할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는 “심각한 결과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대통령직을 모독하는 ‘무례함’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으면서,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는 단호한 어조로 머스크를 밀어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가 심화된 갈등으로 치달은 계기는 대규모 감세 법안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었다. 머스크는 “역겹다”는 표현으로 감세안에 반발하며, 자신의 우주기업 드래건 사업에 감정적인 파장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공화당 내부 결집을 강조하며 머스크의 움직임이 오히려 법안의 장점을 드러나게 했다고 해석했고, 연방정부와 머스크의 기업인 스페이스X와의 계약 해지도 거론했다. 다만 실제로 제재할 계획은 없음을 시사하며, 현실과 원칙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머스크 역시 SNS에 트럼프 탄핵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가 곧 삭제하며, 갈등의 불씨를 꺼뜨리려 했지만, 이미 얼어붙은 신뢰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머스크의 최근 언행이 ‘약물 영향일 수 있다’는 강경한 말을 쏟아냈고, 재러드 아이작먼 NASA 국장 지명을 철회하면서 머스크의 자존심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머스크는 한때 빌 애크먼의 화해 제스처에 동조하는 듯했지만, 양측은 여전히 완강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이번 결별은 미국 정치와 경제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가 머스크의 정계 개입 시도를 견제하고, 머스크는 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의 불확실성을 마주하게 됐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머스크의 정치 발언과 거대 자본의 ‘중립성’을 두고 시끌벅적하고, 월가와 주식시장도 두 인물의 갈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이 두 사람의 균열에 쏠린다. 미국의 테크 리더십과 백악관의 정책 드라이브 사이 균열은 글로벌 경제 및 첨단산업의 미래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등 주요 파트너국 역시 신기술 협력 구도와 동맹국 내 정책 변화에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분위기는 아직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팽팽하다. 거침없이 충돌하는 강자들의 행보가 향후 미국의 정치·경제 지형도를 어떻게 요동치게 할지, 전 세계는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