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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이태원 참사 3년의 앙금”…소방관들 끝나지 않은 상처→진짜 영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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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이태원 참사 3년의 앙금”…소방관들 끝나지 않은 상처→진짜 영웅은 어디에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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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손을 내밀던 출동 대기실의 시간은 이태원 참사 이후 소방관 남○○, 박○○의 침묵으로 바뀌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한 현장에 남겨진 영웅들은 누구보다 깊은 상흔을 떠안은 채, 일상의 조각을 다시 맞춰야 했다. 'PD수첩'이 들여다본 그 비극의 그림자는 시대와 시간을 넘어 여전히 무겁게 사회에 질문을 남긴다.

 

2022년 이태원, 제주항공 여객기 사태까지 이어지는 참사 현장에는 늘 구조대원들의 고통이 겹겹이 쌓여갔다. 근무복이 물들기 전에 육체의 피로를 갈았던 이들은, 이제 돌아오지 못한 기억들과 불면증, 우울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린 희생자의 손을 놓지 못했던 선임의 눈물, 가족 단위 여행객 앞에서 무력감을 토로한 동료의 한숨은 그날로부터 한참이 지났어도 흐릿해지지 않았다. 밤이면 다시 선명해지는 장면들은 그들의 일상을 점점 갉아먹고 있었다.

“남겨진 트라우마의 상흔”…‘PD수첩’ 소방관들, 끝나지 않은 고통→진짜 영웅을 묻다 / MBC
“남겨진 트라우마의 상흔”…‘PD수첩’ 소방관들, 끝나지 않은 고통→진짜 영웅을 묻다 / MBC

세월이 겹친 상처 역시 피할 수 없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투입됐던 은퇴 소방관들조차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죄책감과 악몽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사회는 숫자로 피해를 기록하지만, 상처는 오롯이 살아 남아 있는 자의 마음에 고스란히 남았다. 전문가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평생을 괴롭히는 질병"이라 지적하면서 제도적,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소방관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법안은 번번이 국회에서 멈췄다. 세상은 달라졌다 해도, 세계의 치유 기준과 한국의 현실 사이엔 여전히 깊은 간극이 존재했다. 9·11 테러의 잿더미 속에서 미국은 시스템에 의한 관리와 치유의 벽을 일찌감치 세웠지만, 한국 소방관들은 아직도 홀로 버텨야 한다는 숙명을 짊어진다.

 

노을 진 현장에서 불을 끄고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시 묻는다. 영웅이라 불렸던 소방관들의 일상은 지금도 상처 위를 걷고 있다. ‘PD수첩’은 대형 재난에 등단한 이들의 내면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의 침묵 아래 웅크린 두려움과 죄책감을 재조명한다. 진짜 영웅은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MBC ‘PD수첩–구조되지 못한 영웅들’은 9월 23일 화요일 밤 10시 20분, 구조 현장의 그림자와 남겨진 목소리를 시청자와 함께할 예정이다.

윤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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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소방관#이태원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