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수입 관세 100% 압박”…한국 업계, 수출 전략 분수령
미국이 수입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제약사는 10월 1일부터 전 품목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수출 기업들은 실질적 피해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분쟁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며, 향후 양국 간 무역협상 결과가 산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관세 적용 대상 및 범위는 아직 미정이나 미국 수출 의약품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영향 조사에 맞물려,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의약품이 주요 타겟으로 지목됐다. 특히 제약사 본사 생산설비가 미국에 없거나, 신공장 설립이 지연된 기업일수록 계약조건 재조정, 시장 진입 일정 조정 등 실질적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미 미국 내 현지 생산 전략을 강화하며 관세 리스크를 분산하는 움직임이 관측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수출 물량 비축 및 현지 생산시설 확보와 관련된 대응책을 검토하거나 일부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미국 내 회귀(reshoring)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편, 협회 측은 올해 7월말 한미 양국간 무역협상에서 한국이 최혜국대우(MFN)를 잠정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품목관세가 상호관세 협상 내용과 별개로 추진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적용 분야별로는 브랜드의약품, 특허의약품이 직접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나, 정부 간 협상 추이에 따라 제네릭의약품 및 원료의약품(API)에 대해서는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가 유지될 여지도 있다. 다만, 브랜드 제네릭·바이오베터 등 개량신약도 규정에 따라 고율 관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세부 품목별 영향 분석이 요구된다. 미국 시장 내 신제품 출시 및 유통 계약 등도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환경을 보면 미국-EU·일본 간에는 의약품 관세의 상한(15%)과 무관세 일부 품목이 이미 합의된 사례가 있어, 한국 측에도 유사한 협상안이 적용될지 주목된다. 실제 EU·일본과 달리 최혜국대우 적용 범위, 관세율 상한, 유예기간 도입 여부 등 디테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는 바이오시밀러, 제네릭 등은 제외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해당 품목의 해석을 어떻게 내릴지 변수로 남아 있다.
정책·규제 환경의 미확정 탓에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등은 세부 실행방안 공개 이전까지 적극적인 정보 파악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미국 관세 정책이 실제 시행될 경우, 신약 개발·수출 전략의 근본적 재설정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술과 시장, 정책이 맞물리는 이번 사안이 한미 제약·바이오 산업 질서의 변곡점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