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허가 심사 막바지”…법 개정 미비로 상용화 지연
임신중절 의약품의 국내 품목허가 심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법적 미비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계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성분 복합제 ‘미프지미소정’의 허가 심사는 대부분 완료됐으나, 임신중지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 개정이 선행돼야 심사 절차가 최종 마무리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이슈가 국내 임신중지 관련 임상·의료 패러다임 전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미프지미소정은 현대약품이 2023년 12월 말 수입의약품 품목허가를 재신청한 제품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 중으로, 세계보건기구(WHO)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먹는 임신중지 약물이다. 식약처는 해당 의약품에 대해 방대한 안전성·유효성, 품질 등 약사법 기준에 부합하는 심사를 상당수 진행해 왔다. 실제 현대약품은 2021년에도 같은 제품 허가 신청을 했으나, 일부 자료 보완이 불가능해 약 1년 반 만에 자진 취하한 뒤 최근 재신청 절차를 밟았다.

통상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조합제를 활용한 임신중지는 외과적 시술 대신 약물로 진행되는 경향성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비교적 비침습적이며, 환자의 신체 부담도 경감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외과적 시술 방식 대비, 약물 치료의 안전성과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실질적 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 허가를 위해서는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적응증을 명확히 규정한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 식약처도 “효능·효과, 위해성 관리계획 등 일부 허가자료는 법률에 근거해야 하므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각국은 임신중지 약물에 대해 국가별 법제 틀 안에서 허가 및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의학계, 제약업계 모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국내 의료 환경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접근성 향상, 환자 인권 보호, 합법 유통망의 확보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후속 입법과 사회적 합의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불법 유통·온라인 암시장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국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현재까지 임신중지 허용 관련 입법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식약처의 공식 허가 결정도 국회 입법 진척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임신중지 약물 허가 심사 과정이 국내 바이오산업 및 의료규제 생태계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기술과 규범, 환자 중심 원칙의 균형 점찾기가 향후 의약품 접근성과 인권, 산업 발전에 직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