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수용번호 3617 배지 차고 피고인석에”…윤석열, 특검기소 첫 정식 재판 출석

조보라 기자
입력

내란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면으로 맞붙은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의 첫 정식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섰다. 재구속 이후 건강 악화로 내란 재판에 11회 연속 결석했던 그가, 85일 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며 법정 분위기가 한층 달아올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35분 서울구치소를 출발해 9시 40분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뒤 구치감에서 대기했다. 오전 10시 15분, 남색 정장 차림에 넥타이 없이 법정에 들어선 그는 흰머리와 살이 빠진 얼굴로 시선을 모았다. 왼쪽 가슴에는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배지를 달았으며, 법원으로 이동할 때 사용한 수갑과 포승줄은 법정 입장 전 모두 풀렸다.

이날 인정신문에서 재판장이 생년월일과 주소를 묻자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12월 8일, 아크로비스타 ○○호”라고 답했다. 배심원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가 법정 촬영을 허락함에 따라 본격 재판 전 1분가량 촬영이 이뤄졌고, 재판 과정 역시 중계가 허용돼, 개인정보 비식별화 절차를 거쳐 인터넷에 재판 영상이 게재될 예정이다. 하급심 재판 전체 과정이 중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 집행 방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 침해, 계엄선포문 사후 작성 및 폐기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됐다. 내란특별검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 사건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때와 달리, 선고가 아닌 하급심 심리과정까지 국민에 실시간 노출된다는 점에서 법정의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첫 재판에서는 진술거부권 고지와 당사자 인정신문에 이어 모두진술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 요지를 낭독했고, 윤 전 대통령 측 역시 입장을 밝혔다. 심리가 종료된 후에는 윤 전 대통령이 신청한 보석 청구 심문까지 바로 진행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전직 대통령의 추가 기소와 하급심 재판 중계가 향후 재판 운영 및 국민 공감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앞으로 이 사건의 본격 심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조보라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윤석열#내란특별검사팀#서울중앙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