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경구 치료제 3상”…아리바이오, 인지 유지 성과로 신약 경쟁 전선 이동
경구용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 AR1001이 대규모 글로벌 임상에서 인지 기능 유지 효과를 보이며 업계 이목을 끌고 있다. 아리바이오가 주도하는 이번 임상 3상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41%에서 인지 기능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중간 경과가 공개됐다. 업계는 알츠하이머 치료 패러다임 변화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에 주목한다.
아리바이오는 5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 중간 경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첫 52주 투약을 마친 300명에 대한 이중맹검 데이터를 토대로 진행됐다. AR1001 글로벌 3상은 전세계 13개국, 230개 임상 센터에서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1,535명을 대상 모집을 이미 마쳤으며, 이날 기준 300명 이상이 약물 투여를 끝냈다. 지역별로는 북아메리카 658명, 영국·유럽 551명, 한국 200명, 중국 126명 순이다.

올해 중간 경과에서 핵심 1차 평가 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기준으로 자리 잡은 치매 임상 척도 CDR-SB(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로, 인지와 일상활동 능력을 복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번 분석에서 AR1001 투여군 300명 중 86명(28.6%)은 점수가 뚜렷하게 개선됐고, 39명(13.0%)은 증상 악화 없이 상태를 유지했다. 두 그룹의 평가점수 변화 범위는 -0.5점에서 -8.5점까지 분포됐다.
2차 평가(ADAS-Cog13, MMSE, GDS, A-IADL-Q)에서도 인지 및 생활 능력, 우울증 지표 등 4개 항목이 1차 평가와 유사한 개선 추세를 보였다. 이는 기존 투약군 대비 중증 부작용, 임상 탈락 비율과 비교해 안정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전성 역시 주목된다. 지금까지 임상참여자 중 안전성 문제로 투약을 중단한 사례는 1.2%에 불과하고 주로 단일항체 치료에서 나타나는 뇌부종(ARIA-E)이나 뇌출혈(ARIA-H)도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기존 항체 치료제와 달리 경구제 방식이 가지는 부작용 저감 효과가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중간 분석은 참여 연구진과 임상 평가지표의 데이터 적정성, 이상반응 검토, 품질관리 이슈까지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됐다.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등 한국 임상총괄팀이 참여했으며, 추가 세미나가 6월 중 예정돼 있다. 김 교수는 “40% 이상에서 증상 유지 또는 개선이 확인됐고, 중증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점에 높은 의미가 있다”며 “최종 임상 완료까지 평가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최근 단일항체 신약(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등)이 FDA 가속 승인 사례를 만들었으나, 뇌부종 등 안전성 한계와 정맥투여 방식의 불편함이 지적으로 남아 있다. AR1001은 경구 투약이라는 진입장벽 완화와 낮은 부작용, 증상 유지 효과로 업계 내 차별성이 확인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약물 효능 및 안전성 균형이 주목받는 대목이다.
아리바이오는 2025년 상반기 글로벌 3상 톱라인 공개 후 하반기 미국 FDA 신약허가 신청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코스닥 상장사 소룩스와의 합병도 11월 예정돼, 신약사업과 기업경영 양 측면의 재편이 동시에 진행된다.
산업계는 AR1001 임상이 신약 승인과 시장 안착에 성공할 경우 세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수요구조 변화를 이끌 계기가 될지, 향후 추가 데이터와 글로벌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안전성, 산업화 전략의 균형이 향후 성장의 핵심 조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