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ADC로 암 사냥”…한국애브비, 난소암 치료 신약 도전
IT/바이오

“ADC로 암 사냥”…한국애브비, 난소암 치료 신약 도전

김서준 기자
입력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이 난소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내에서 한국애브비가 추진 중인 ‘엘라히어’는 내성 난소암을 표적으로 개발된 치료제로,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앞두고 있다. 미르베툭시맙 소라브탄신 성분의 이 신약은 미국 FDA와 유럽연합에서도 정식 허가를 받아 세계적으로 그 임상적 성과와 의료적 의미가 관심을 모은다. 업계는 이번 국내 허가심사가 ‘암 치료 ADC 시대’ 개막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엘라히어는 엽산 수용체 알파(FRα) 타깃 항체에,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인 DM4(마이탄시노이드 계열)를 링커로 결합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이다. 항체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표면 단백질을 정확히 인식해 결합하고, 링커를 통해 전달된 화학약물이 암세포 내에서 방출돼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화학요법이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부작용 한계가 컸던 데 비해, ADC는 ‘유도미사일식 타격’ 특유의 선택성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임상 3상 결과는 치료 효능의 높이를 입증했다. 백금계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난소암 환자 4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에서, 엘라히어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5.59개월로, 화학요법 투여군(3.98개월) 대비 약 37% 종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감소시켰다.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각각 41.9%와 15.9%로 현격한 격차를 보였으며, 전체생존기간(OS) 역시 16.85개월로 화학요법(13.34개월) 대비 사망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난소암 환자의 다수는 백금기반 항암제 처방 후 내성이 빠르게 생겨 치료법의 선택지가 좁아진다. 엘라히어의 도입은 이 같은 미충족 의료수요 해소 측면에서 업계와 의료현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기존에도 비슷한 원리의 ADC가 유방암, 백혈병, 림프종 등 일부 암종에 도입됐으나, 백금 저항성 난소암을 겨냥한 첫 ADC 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DC 분야의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다양한 암종을 타깃으로 ADC 신약개발 및 상용화가 활발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직 여덟 종류의 ADC 항암제만 허가된 바 있지만, 암종별 맞춤형 신약 파이프라인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신속허가, 희귀의약품 지정 등 규제 완화 정책도 병행되고 있다. 다만 고가 치료제인 만큼 건강보험 등재, 접근성 확보 위한 후속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난소암 환자 가운데 백금 내성 환자 비율이 높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이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다”며 “ADC 치료제의 국내 허가와 실제 시장 안착이 난치암 정밀의료에 한 획을 긋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김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한국애브비#엘라히어#a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