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5% 급락·환율 1,412.4원”…한미 통상협상 교착에 투자심리 위축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26일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과 미국 금리 인하 기대 약화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교착과 달러 강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주요 글로벌 변수에 따라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5.06포인트(2.45%) 떨어진 3,386.05에 마감했다. 10거래일 만에 3,400선이 무너진 셈이다. 장 초반 3,440.39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장중 3,365.73까지 저점을 낮췄다.

코스피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며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611억 원, 기관은 4,889억 원을 동반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975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도 2.03% 하락한 835.19로 마감하며 약세가 이어졌다. 코스닥은 이번 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환율 역시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8원 오른 1,412.4원에 거래를 마쳤다. 1,410원대 종가는 지난 5월 14일(1,420.2원) 이후 약 넉 달 만에 처음이다.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오르며 1,400원과 1,410원 심리적 저항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투자심리 위축의 직접 배경에는 한미 통상협상 불확실성이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투자를 재차 강조하고 "그것은 선불"이라고 발언하며 시장에 부담을 안겼다. 양국이 투자 규모와 방식 등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진 점도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는 연율 3.8%로, 지난달 잠정치(3.3%) 대비 0.5%포인트 상향됐다. 이는 2023년 3분기(4.7%) 이후 7개 분기만에 최고치이다. 달러인덱스도 98.375까지 오르며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 흐름이 뚜렷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 상승에는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 그리고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달러 강세가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견고한 미국 경기와 금리 인하 기대 후퇴, 한미 무역 협상 교착이 국내 증시 하락 폭을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통상협상 진전 여부, 미국 경제지표와 연준의 금리 정책 등 글로벌 변수가 시장 변동성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한미 무역 협상 결과와 미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