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미 국채 361억 달러 순감”…미·중 관세전쟁 여진에도 안전자산 위상→유동성 변화 예고
6월의 미국 워싱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가별 자본의 흐름은 세계 시장의 동맥처럼 요동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는 글로벌 금융의 심장박동을 또 한 번 빠르게 만들었다. 4월, 미국 재무부가 내놓은 집계는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숫자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한 달 새 361억 달러 줄어든 9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와 거의 맞닿은 고지에서 약간씩 조율되는 양상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가 거센 관세의 파도를 예고하자, 채권 시장에는 불안한 바람이 일었다.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했고,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 이탈이 예견됐으나, 실제로 투매는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큰 폭의 하락세’가 올 것이라는 예감은 빗나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히려 혼란이 거세질수록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위상이 더욱 빛났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의 공식 미 국채 보유는 2009년 이래 최저치인 7천570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아직도 거대한 규모지만, 그 안에는 국가 간 신중한 거래와 자본 전술이 숨어 있다. 반면, 벨기에의 미 국채 보유가 일부 늘어난 점은 중국이 직접 매수를 줄이는 대신, 벨기에 등 해외 금융기관을 우회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자아낸다.
가장 크게 미 국채를 팔아넘긴 국가는 캐나다였다. 578억 달러어치 국채가 캐나다 손을 떠나 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그에 반해 일본과 영국 등 미국의 전통적 채권 파트너들은 오히려 보유량을 늘려, 각국의 정책 스탠스와 금융 전략이 점점 더 다채로워지며, 미 국채 시장의 저변에는 복잡한 세계정세가 깔려 있음을 드러냈다.
메간 스위버 뱅크오브아메리카 금리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 자료를 토대로 3월 이후 외국 기관이 약 630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차례로 매도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발표될 월간 통계를 더해 보면 보유 감소폭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은 미국 국채 전체 발행량의 약 3분의 1을 여전히 쥐고 있다. 그들의 자금 흐름은 미국 정부 재정 운용의 큰 축이자, 세계 금융시장을 조율하는 또 다른 맥박이다.
이제 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긴 관세 정책의 파장, 지정학적 위험의 전이, 미국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바라보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음엔 어떤 자산 이동을 선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변동과 신뢰, 그 두 단어가 한여름의 워싱턴 금융가를 감싸는 이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