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고분까지”…창녕, 자연과 역사를 걷는 여행이 뜬다
여유롭게 자연을 따라 걷는 여행자가 늘었다. 창녕군의 습지와 고분, 사찰을 찾으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요즘 많아졌다. 한때 먼 시골이라 생각했던 이곳이 이제는 자연과 역사를 함께 누리는 힐링 여행지로 다가온다.
우포늪은 창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국내 최대 내륙 습지로,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이곳은 나무 데크를 따라 걸을 때마다 1억 4천만 년의 흔적이 겹겹이 느껴진다. 가족 단위 탐방객은 습지 생태 체험과 새 구경을 하며 한나절을 보낸다. SNS에는 “우포에서 마신 바람의 맛이 다르다”, “아이와 손잡고 논다” 같은 인증글이 이어진다.

부곡온천 역시 오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하에서 솟는 78도 유황 온천수는 몸을 따뜻하게 풀어준다. 현지 리조트마다 노천탕, 찜질방이 갖춰져 짧은 휴가를 내는 이들이 꾸준히 몰린다. 실내외 온천욕 후에는 창녕 산토끼노래동산을 들르는 가족도 많다. 동요관, 레일 썰매장, 동물원까지…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거워하는 공공체험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문화재청과 지역 관광 당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창녕군 관광객 방문 수가 해마다 두 자릿수로 늘었고, 특히 봄·가을이면 화왕산 진달래와 억새 풍경을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신라시대 관룡사 역시 보물 약사전과 아름다운 산사의 풍광을 지키며 걷는 여행자를 반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창녕 여행의 매력을 “머무르는 경험과 걷는 감각”에서 찾는다. 한 관광연구자는 “창녕은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자연과 유적을 나란히 찬찬히 거닐 수 있는 곳”이라며 “여행의 본질이 비워내기와 새로운 느낌 찾기라면 바로 이 지역이 제격”이라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부곡온천이 이렇게 좋았나 새삼 알았다”, “교동 고분군 산책로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오래된 시간을 상상했다”는 현장 방문 후기가 이어진다. 낙동강을 따라 난 남지개비리길에서는 자전거 라이드를 즐기거나 강물 따라 걷는 이의 미소도 자주 포착된다.
이렇게 사소하지만 겹겹이 쌓이는 경험. 최근 창녕의 여행지 선택에는 번잡함 대신 한적함, 유명 포인트만이 아닌 골목의 정취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비화가야 고분군, 만옥정공원의 벚꽃, 산토끼노래동산처럼 생태와 추억, 몸과 마음에 남는 순간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아직 본 적 없는 곳을 가서 새로운 공기를 마시고, 느리게 걸으며 보내는 하루. 창녕의 작은 여행은 지금,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