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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불빛 아래 조용한 산책”…문경새재에서 전통과 예술이 만나는 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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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밤의 풍경을 새롭게 경험하려는 이들이 많다. 예전엔 한적한 옛길에서 보내는 밤이 낯설었지만, 이제는 전통과 예술이 물든 고요한 산책이 소중한 일상이 됐다. 문경의 깊은 숨결이 담긴 새재길에 매년 가을이면 따뜻한 빛이 번진다.  

 

2025년 9월, 경상북도 문경에서 열리는 ‘문경새재 달항아리야행 축제’가 그런 밤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문경새재도립공원 일대는 이틀 동안 전통 한지등, 소원항아리, 별빛 명상, 그리고 봉산탈춤의 해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SNS에서는 이미 “달항아리 아래 걷는 길이 몽환적이었다”거나 “아이도 어른도 욕심내는 체험이 많다”는 후기들이 공유된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전통 예술축제 방문객은 매년 늘고 있고, 특히 야간 프로그램 참가율이 3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도자기·한지 등 지역 고유의 손길을 가까이 만나는 체험은 MZ세대 방문자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현장적 문화회복’이라 부른다. 한지장 김삼식, 도예가 김정옥 등 무형유산 장인들과의 만남은 “전통은 멀리 있지 않고 매일의 숨결에서 이어진다”고 말해준다. 축제에서는 참가자 스스로 달항아리 모양 도자기에 자신의 감정을 그리고, 가족과 함께 옛 수라간을 재현하거나 직접 만든 한지등을 들고 밤길을 걷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집에서 책만 읽던 아이가 달항아리 그리고 춤 공연 보면서 언제 이렇게 웃었나 싶을 만큼 밝아졌다”, “옛 음식과 특산주에 제대로 빠졌다”는 후기가 쏟아진다. 가족, 친구, 연인이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새로운 추억을 빚는다는 이들도 많다.  

 

그만큼 ‘달항아리야행’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저마다의 기억을 켜는 밤이 된다. 전통 예술과 주민의 정성, 그리고 자연과 문화유산이 어우러질 때 사람들은 조용한 행복을 발견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달항아리 한지등 거리부터 봉산탈춤까지…‘문경새재 달항아리야행 축제’ 경상북도 문경에서 열린다
달항아리 한지등 거리부터 봉산탈춤까지…‘문경새재 달항아리야행 축제’ 경상북도 문경에서 열린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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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달항아리야행축제#문경#봉산탈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