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5조원 채권 발행…클라우드 올인 가속” 오라클, 현금흐름 악화 속 투자 드라이브에 시장 주목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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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24일, 미국(USA) IT업체 ‘오라클(Oracle)’이 18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대규모 채권을 발행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금 마련 목적의 이번 행보는 미국 기업 채권 시장에서 올해 두 번째로 큰 거래로 기록되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라클의 이 같은 자금조달은 대형 프로젝트 추진과 현금흐름의 악화라는 이중적 함의 속에서 국제 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라클은 이번에 40년 만기 채권까지 포함한 6종 채권을 동시에 시장에 내놓으며 공격적 투자를 공식화했다. 40년물 채권의 이자율은 동등 만기의 미국 국채 대비 1.3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당초 논의된 1.65%포인트보다 낮게 측정됐으며, 실제 매입 수요가 880억달러에 육박해 실제 금리를 더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제 채권시장에서 오라클의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오라클’ 25조원 채권 발행…클라우드 투자 확대에 현금흐름 악화 영향
‘오라클’ 25조원 채권 발행…클라우드 투자 확대에 현금흐름 악화 영향

오라클의 투자 행보는 최근 GPT 개발사 오픈AI(OpenAI), 메타플랫폼(Meta) 등과의 초대형 클라우드 공급 계약 체결에서 비롯된다. 지난 10일 오라클은 오픈AI에 5년간 약 3천억달러(약 416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오픈AI,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과 함께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4년간 5천억달러를 투자할 대형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연초에 발표했다. 이미 텍사스 애빌린 등지에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되는 등 클라우드 인프라 영역에서의 ‘초대형 군비경쟁’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투자 확대의 직격탄은 오라클의 현금흐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차세대 인프라 확장에 따른 영업비용과 설비투자 부담이 급증해 1992년 후 처음으로 연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이 149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2% 증가하며 역대 최고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부문은 매출이 55% 늘었고, 미이행 계약 매출도 4천550억달러로 1년 만에 359% 급증했다.

 

이에 대해 새프라 캐츠(Safra Catz) 오라클 CEO는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올해 77% 증가한 180억달러에 달했고, 향후 4년간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라클은 아울러 미중 간 협상이 마무리 단계인 ‘틱톡(TikTok)’의 미국 내 사업에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클레이 마구어크(Clay Magouirk), 마이크 시실리아(Mike Sicilia)를 공동 CEO로 선임하며, 클라우드 사업 역량 강화에 조직 개편에 나섰다.

 

외신 CNBC, 블룸버그 등은 오라클의 이번 채권 발행이 “생존을 건 클라우드 투자 경쟁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초거대 AI 투자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붐이 오라클의 현금흐름 구조까지 바꿔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천문학적 규모의 데이터센터 임대와 신규 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필요해 추가 자금조달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클라우드 산업의 점유율 경쟁, 신용등급, 미국과 중국의 규제 변수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부상할 전망이다.

 

오라클의 이번 채권 발행과 대규모 투자 드라이브가 글로벌 IT 시장 질서와 기업 재무 전략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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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클라우드#채권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