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행정구역 개편, 여론은 ‘분열’”…민주당 도당 조사서 ‘3개 시 분할안’ 반대 우세
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제주 지역 정치권이 거센 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안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지역별 온도차와 기관 간 이견이 뚜렷이 표출되고 있다. 정책 도입을 둘러싸고 도의회, 도청, 정당 모두에서 불협화음이 이어지면서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진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지난 5월 30일과 31일 제주도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천5명을 대상으로 기초자치단체 설치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제주도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대한 찬성 비율은 60%로, 반대(19.4%)와 모름(20.6%)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등 3개 시로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선 분위기가 뒤집혔다. 찬성은 35.9%에 그쳤고, 반대는 43.1%로 7.2%포인트 높았다. 특히 제주시 지역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 높았던 반면, 서귀포시에서는 찬성이 반대를 앞섰다. 제주시갑은 찬성 34.1%, 반대 45.3%, 제주시을은 찬성 31.9%, 반대 47.7%였다. 서귀포시는 찬성 43.3%, 반대 34.2%로 지역별 시각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지역 정가에선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조사 후 두 달여가 지나서 결과를 발표한 배경을 두고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도당 측은 “대선 기간 정책 수요조사를 목적으로 비공개로 진행한 조사”라며 “대선이 끝난 점과 행정체제개편 공론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도민 의견을 공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 문항 등 조사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절차적 투명성 논란도 남았다. 아울러 2026년 7월 민선9기 출범 시점을 목표로 제주 3개 기초자치단체(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도입을 추진해온 제주도는, 정부 결정과는 별개로 지역 여론의 복잡성을 마주하게 됐다.
정치권 내 균열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인 김한규 의원(제주시을)은 2024년 ‘제주시 쪼개기 방지법’을 각각 추진·발의하며 행정구역 논의에서 엇박자를 냈다. 행정안전부 역시 “행정구역 2개 또는 3개안 결정은 지역 여론 정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행정구역 이견으로 좌초 위기에 있다”며 의회 주도의 여론조사와 논의를 제안했지만, 운영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협의 없는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행정부와 의회 간 이견 역시 표면화했다. 제주도 기획조정실은 “이미 숙의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의견을 제출한 상황에서 추가 여론조사는 부담”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제주 행정구역 개편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주민투표 실시 여부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장기적 거버넌스와 정치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도의회, 정치권이 해법 마련에 실패할 경우 정책 추진의 동력 저하는 물론 정가 내 주도권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