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벨재단, 정치 넘는 결핵 지원 의지”…북한 초청 시 즉각 재개→남북 보건협력 주목
때로는 냉엄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더라도 인간의 생명을 위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유진벨재단은 지난 19일, 경기 안양의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북한의 초청만 있다면 언제든 다제내성결핵 지원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인세반 유진벨재단 회장은 "미국과 북한의 복잡한 외교 흐름에 연연할 필요 없이, 결핵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절박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서해 교전 등 과거 긴장이 고조됐던 시절에도 의료 지원을 중단하지 않았던 역사를 상기시키며, "정치가 결핵 퇴치의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1995년 세상에 첫 발을 디딘 유진벨재단은 1997년부터 해마다 북한을 오가며 다제내성결핵 환자 치료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2019년 이후, 방북의 길이 막히면서 환자들과의 연결이 끊겼다. 회고와 다짐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인 회장은 "연간 500억 원 규모의 재정이 필요하다"며, "정치적 개선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환자들을 위해 민간 펀드를 미리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이 열리고 초청이 이어진다면 과거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즉각 치료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 역시 내비쳤다.

남북관계의 흐름에 따라 의료 지원은 늘 불확실한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인세반 회장의 말처럼, 병마와의 싸움은 정치의 간격을 빼앗기기 어렵다. 유진벨재단의 이번 의지 천명은 보건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남북 협력의 새로운 문을 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진벨재단의 과거 북한 결핵치료 지원은 인도주의적 성과로 국제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민간 협력의 물꼬를 어떻게 틀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