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평행봉 마지막 인사”…권순성, 아시안게임 3관왕→체조의 별로 남다
금메달의 빛은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았다. 평행봉 위에서 장인의 균형과 힘을 보여줬던 권순성이 22일, 59세로 영면에 들며 체조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저녁까지 각계 인사와 동료 체조인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며,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을 애도하는 정서가 고요하게 감돌았다.
권순성은 23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링, 평행봉 등 다양한 기계체조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평행봉 금메달을 비롯해 단체 종합과 링 부문 은메달을 추가해, 한 대회에서 3개의 메달을 목에 거는 드문 기록을 썼다. 한국 체조 최초로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그의 업적은, 이후 체조계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 왔다. 그 해 한국체육기자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며 권순성은 체조계의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은퇴 이후에도 권순성의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체조 관련 연구 활동과 후진 양성에 집중하며 대한민국 체조의 발전 기반을 다지는 데 헌신했다. 지도자로서, 연구자로서 남긴 조언과 발자취는 여전히 체육계 곳곳에 남아 있다. 가족 역시 스포츠 인의 길을 잇고 있다. 딸 권하림은 2020 도쿄올림픽에 다이빙 국가대표로 출전하며 또 다른 ‘금빛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조용히 침잠하는 장례식장 풍경 너머로, 한 시대 체조를 빛낸 이의 열정과 노력이 회상된다. 체조계를 넘어 모든 스포츠인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 권순성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0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5시 40분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