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만에 또 신기록”…조하림, 아시아선수권 3,000m 장애물→한국 육상 새 역사
기록의 경계를 두드리던 조하림이 38일 만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뛰어넘었다.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던 결승선 앞, 조하림의 심장은 묵직하게 뛰고 있었다. 거센 숨결과 함께 다가온 순간, 그는 또 한 번의 한계를 허물며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3,000m 장애물 결선에서 조하림은 9분53초09의 기록으로 7위에 올랐다. 동시에 38일 만에 경신된 새로운 한국 신기록이었다. 지난달 대표 선발전에서 국내 최초로 10분의 벽을 무너뜨린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6초 가까운 기록 단축을 이뤄냈다. 이번이 개인 통산 7번째 한국 신기록 경신이었다는 점에서 조하림의 전진은 더욱 의미를 더했다.

경기가 끝난 뒤 조하림은 “9분 40초대를 목표로 했던 만큼 아쉬움도 남지만, 새로운 한국 신기록에는 만족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상권과 거리를 실감하면서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그의 각오는 묵직했다.
여자 3,000m 장애물 결선 우승은 2022년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던 카자흐스탄의 노라 제루토에게 돌아갔다. 제루토는 9분10초46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결승선을 끊었다. 인도의 파룰 차우드하리가 2위, 카자흐스탄의 다이시 제프케메이가 3위에 올랐다. 남보하나와 최수아도 각각 10위와 11위로 결승 레이스를 완주하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한국 선수단은 여자 포환던지기에서 정유선이 5위, 이수정이 7위에 오르며 견고한 벽을 확인했다. 남자 멀리뛰기에서는 성진석이 7위로 선전했다. 오전에 치러진 남자 200m 예선에서는 고승환이 20초69로 전체 2위에 오르며 준결선 진출을 이뤘다. 오후 준결선에서도 20초82로 전체 3위 기록, 결선 티켓을 따냈다.
현재까지 한국은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이 금메달, 남자 1,500m 이재웅이 은메달, 남자 세단뛰기 유규민이 동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다. 결전의 마지막 날, 고승환이 출전할 남자 200m 결선과 남자 400m 계주에서 또 한 번 사상 최고 성적을 기대해 볼 만하다.
저문 저녁, 구미의 트랙 위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땀과 열정, 그리고 무수한 도약의 여운이 번졌다. 누군가의 기록이 타인의 기준이 되고, 오늘의 한계를 내일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 작은 진동은 팬들의 가슴에도 오래 남는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은 5월 31일, 마지막 메달을 향한 도전과 함께 깊은 울림을 남길 예정이다.